약과 헤어지다
복직을 1달여 앞둔 시점부터 남편은 지인들,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편하지만 서로 사는 게 바빠서 못만났던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아무래도 사회에 나와서 만난 이들과는 달리 이해관계가 없는 친구들이니 허심탄회하게 만날수 있었나부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동네 지인들 (같은 업계에서 일하며, 같은 동네 거주하는)과 만남도 시작하고, 회사 동기들도 만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동기와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 온 남편은 거의 3개월만에 술을 마시고 왔다. 나는 내심 화가 났다. 만난 상대방은 아이들도 비슷한 성비와 또래라서 아이들 어렸을때 가족끼리 만나서 식사도 하고, 놀러가기도 했던 분인데... 왜 술을 권했는지 원망스러웠다. 휴직을 시작한 이후로 단 한번도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남편은 나의 불편한 심기를 눈치채고는, "아주 조금만 마셨어. 그런데 생각보다 괜찮네" 얼버무렸다.
만난 상대방은 내 관점에서는 조금 특이하신 분인데 현대의학을 최대한 멀리 하는 분이다. 코로나 시절에도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 백신을 맞지 않을 정도였다. 아니다 다를까,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남편에게 정신과 약을 이제 중지해보라고 권유했단다. 남편도 어지간하면 약 복용을 기피하기에, 동기의 말이 아주 솔깃했나부다. 술을 한 잔 했으니 오늘은 약을 먹지 않고 잠을 청해보겠다 하였다. 나는 약을 중지하더라도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 후에 시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남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편은 그렇게 3일을 약을 복용하지 않고, 며칠을 조금은 힘겹게 잠이 들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몽롱한 기분이 없어서 오히려 개운하다고 하였다. 정기진료일에 담당선생님께 약 복용을 중지한 지, 약 3일이 지났으며 잠을 자는게 크게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통상 72시간이 지나면, 약 기운이 거의 몸에서 빠져나갔기 때문에, 약 없이 잠을 이룰수 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괜찮으실 거 같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셨단다.
남편이 약 복용을 중지하는 과정에서 나는 뾰루퉁 해지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제 더 정상적인 생활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제발 지금 상태가 잘 유지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