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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set엄마 Mar 06. 2020

잔소리쟁이 남편
 

이 남자와 사는 법

“설거지 좀 꼼꼼히 해.  고춧가루가 아직 그대로 있잖아”    

“요리할 땐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라고”    

“양파 썩고 있는 거 알고 있었어?”    

“화장품 쓰고 뚜껑 좀 닫아 놔”    

“플라스틱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어떡해? 환경호르몬 몰라?”    

(야근 후 늦은 저녁을 허겁지겁 먹는 나에게)  “그렇게 늦게 먹고 바로 자니깐 속이 안 좋지”    

(야근 후 너무 늦어서 저녁을 안 먹겠다는 나에게) “ 뭐라도 먹어야지, 끼니를 굶으면 안 돼. 

우유라도 한 잔 마셔”    

(간헐적 단식을 하는 나에게) “ 세 끼 중 제일 중요한 게 아침이야.  가볍게라도 먹어”         


시어머니 잔소리 아닙니다.  저랑 같이 사는 남편님의 잔소리입니다.         


네, 맞아요.  이럴 줄 모르고 결혼했습니다.  만난 지 100일 만에 결혼까지 속전속결로 해치우는 바람에 이런 잔소리쟁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지요.  신혼 때는 욱하는 마음에 고무장갑을 집어던지며, “안 해!  본인이 하던지!”  때로는 차곡차곡 모아 놓았던 감정들이 터져서 왕 ~하고 울어버리며 “너 왜 나랑 결혼했니?” 서러움을 폭발하던 날도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시간은 이미 10년이 훌쩍 넘게 흘러가 버리고, 아이 셋의 부모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저 잔소리는 사그라들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어부지리 – 나는 잔소리 안 하는 멋진 엄마    

남편님은 다행히 아이들에게는 나한테 만큼은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 기질은 어디 가지 않는다.  아이들한테도 꼭 필요한 잔소리는 수시로 한다.    

“TV 그만 봐라”    

“밖에서 놀다 왔으니 손부터 씻어라”    

“숙제해라”    

“책 읽어라”    

“양치하고 자거라”    

우리 아이들은 아빠의 잔소리에 영혼 없이 “네~~ 네~~” 하며 행동에 옮기기 시작한다.  아이들한테 할 내 잔소리 분량이 남아 있지 않다.  아이들은 잔소리 안 하는 엄마인 내가 너무너무 좋단다, 꺄아아악~~

잔소리 많이 하는 남편이랑 살아서 생긴 예상치 못한 좋은 점이다.          


내 몸과 마음에 새로운 기능이 생겨서 듣기 싫은 잔소리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빼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잔소리를 하든 말든 나도 내 고집대로 해야 하는 건 밀어붙이기도 한다.  


남편의 잔소리는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의 진심을 알아서 참기도 하고,  진심은 알지만 그래도 잔소리가 정말 싫을 땐 적당히 흘려버리는 것이 내가 이 남자랑 살아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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