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선택을 믿어
2년 전 이맘때 첫째의 고등학교 원서를 제출해야 하기 위해 봄부터 수많은 설명회를 참석했었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도 수차례 하고, 아이와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덧 둘째의 고등학교 지원서를 제출하는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둘째의 육아는 첫째가 갔던 길에 큰 착오가 없었다면 대부분 그대로 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선 둘의 성별이 틀리기에, 학교 선택지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둘째는 새로운 교육과정 아래 놓이기에 기존 내신 9등급제 대신 5등급제 체재로 가기 때문에 고등학교 선택에 더 고민이 되고 어려웠다.
첫째는 특목고나 자사고를 목표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내 욕심으로는 둘째는 도전하고 싶었다. 둘째는 하나뿐인 딸이기도 하지만, 신생아 시절부터 요즘말로 유니콘 베이비였다. 자기 앞가림을 어찌나 똑 부러지게 하는지, 오빠랑 동생을 얼마나 잘 챙기는지, 애 셋을 키우며 직장까지 다니는 엄마에게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아이였다. 학교에 가서도 둘째는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를 하였고, 학업성취도 역시 높았다. 작년까지 둘째랑 나는 특목고나 자사고의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중3이 되자, 둘째는 마음이 바뀌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서 입시를 치르려면, 좋은 내신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높은 내신을 받기란 너무나 힘드니 근처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내신을 받는 전략을 택하겠다고 하였다. 아직 원서를 제출하지 않은 나로서는 미련이 남지만, 결국은 둘째가 원하는 대로 동의해 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첫째도 결국 본인이 원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했으니깐.
“왜 둘째는 남녀공학을 간다는 거예요? 고등학교는 여자는 여고, 남자는 남고를 가는 게 맞아요. 내가 아빠라면 나는 둘째에게 강력히 여고로 가라고 할거 같은데 의외로 아빠는 그러지 않으시네요?”
“너는 왜 남녀공학을 가고 싶다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OO여고가 훨씬 대학을 잘 보내고, 선생님들도 훨씬 더 열정적이고, 시설도 더 좋은데? 내 친구들 중 남녀공학 간 애들치고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 못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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