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화가 필요해

by Asset엄마

악몽을 꾸었다. 늘 그렇듯 악몽을 꿀 때마다, “이건 꿈이야”, “정신 차려, 얼른 일어나”라고 나 자신에게 외치면서 무언가에 눌려서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다.

악몽은 하루 종일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재생되어서 기분이 찜찜하다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도란도란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야기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음이 너무 행복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까르르 웃으면서, 옆사람의 팔짱을 끼기도 했다.

갑자기 음향의 볼륨이 서서히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아예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내 말소리가 입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봤지만, 마치 내 입에서 나가는 건 공기방울만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입에서 안간힘을 써서 소리를 내어보려 했지만, 입에서는 마치 비눗방울 같은 공허한 방울방울만 떠다녔다. 마치 핑크톤이었던 배경은 암울하기 짝이 없어지고, 사람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가깝다고 느꼈던 첫째와 요즘 유난히 거리를 느낀다.

발단은 아이가 학원을 가지 않아서 내가 좀 쌀쌀맞게 대했고, 아이도 그 냉기를 눈치챘는지 예전처럼 와서 살갑게 얘기하지 않는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고, 이제는 고 3이 턱밑으로 다가와서 자기 입장에서는 예민하고 초조해졌으리라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요즘 자꾸 어긋나고 있다.

“첫째야, 엄마가 갈비찜 했어”
“나 갈비찜 안 먹는 거 알잖아 (언제부터? 냄비째 먹지 않았었니)”
“내가 먹고 싶은 게 하나도 없어. 베이컨이라도 구워주세요”

설명회를 다녀온 내가 정보를 아이에게 공유하려 했다. 어차피 수능은 총점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니 쉬운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라 했더니,
“이미 과목 선택 끝냈고, 그렇게 쉬운 것만 공부하려면, 난 공부를 하는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동생이랑 마주 앉아서 늦은 저녁을 먹는데 서로 각자의 핸드폰만 보며 먹자, 아빠가 한마디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Asset엄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사랑하는 세 아이들의 성장과정, 엄마로써 느끼는 감정들을 기록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싶습니다.

3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7화고등학교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