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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May 05. 2022

사랑한다는 착각 - 사랑의 중심

당신은 이기적이다.

"저는 제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


많은 사람들이 이상형을 꼽을 때 하는 말이다. 나 또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뭔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성장에 대한 욕망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것, 이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꽤나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필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말에 대해서 깊게, 정말 깊게 고민을 하며 그 심연에까지 도달해 보니 이 말이 굉장히 이기적인 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은 곧 관계를 통해 내가 성장하고 싶다는 이야기이다. 이 말은 즉, 상대방을 일종의 도구로 이용하여 성장에 대한 나의 욕망을 충족시키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누군가는 왜 이렇게 꼬였냐며, 그게 어떻게 그런 말이 되냐며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논리적인 잣대를 들이밀어 이리저리 들쑤셔보면 결국엔 이것이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당신이 갖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중심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에게 있다. 당신은 이기적이다.


애초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득을 보겠다는 심리로 사랑을 시작하니 다툼과 이별이 빈번하다. 상대방이 내가 '바라는 대로' 행동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니 자꾸만 갈등이 생긴다. 사랑에 있어서 주는 것이 주가 되어야지, 받는 것(바라는 것)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바라는 것이, 받는 것이 어떻게 사랑인가?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겠느냐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리 보고, 또 저리 보아도 바라는 것은 결코 사랑의 한 단면이 될 수 없다. 



난 종교인이 아니지만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명을 달리하신 이야기 속에서 참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다. 예수님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장 낮은 자리에 서셨다. '나'를 완전히 내려놓으셨다. 거기에는 어떠한 대가도 없었다.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마당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다 이루었다."였다. 온전히 내려놓음으로써 다 이루는 것, 역설적이지만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다. 그러니 예수처럼 사랑하시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예수님은 역사 가운데 존재하셨던 위대한 성인이 아니신가. 적어도 착각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당신의 사랑은 결코 순수하지 않다. 당신의 사랑은 이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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