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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목 Jul 04. 2022

상대방이 날 사랑하는지 확인하려면,

'함'을 살피지 말고, '하지 않음'을 살필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표현'에서 이 사람이 날 사랑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그 표현은 언어적인 것일 수도, 비언어적인 것일 수도,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이러한 표현들로 하여금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드러난 것에서 무언가를 느끼는 것이 드러나지 않은 것에서 무언가를 느끼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사람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듯한 온기는, 그리고 그 사람의 손에 걸린 선물 가방은 너무나도 선명해서 거부하기 어렵다. 여기에 어떤 상황과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이것은 틀림없는 사랑처럼 느껴진다. 서로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그 사랑이 영원 속에 머무를 것이라 확신한 두 사람은 벅찬 행복감을 느끼며 잠에 들지만,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또 며칠이 지나고 나면 이들은 일상 속으로 돌아와 또 서로를 할퀴기 시작한다. 도대체 사랑은 무엇이란 말인가? 며칠 전 서로의 귀를 간질이던 그 사랑의 속삭임은 무엇이란 말인가?


표현에는, 즉 '함'이라는 사랑의 방식에는 불순물이 섞여있다. 그것은 바로 '자기애.' 상대방이 나의 표현으로 하여금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나의 행복감이 극대화되는 것.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 아무리 '함'으로써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상대방에게서 그에 상응하는 피드백이 나오지 않았을 때 그것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범인들의 사랑은 지독하게 자기애적이다.


그러나 '하지 않음'의 사랑을 보라. 사랑하는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하지 않고, 보기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하지 않음'의 사랑은 오로지 나를 내려놓음으로써 가능하기에 진실되며, 또한 순수하다. 이것은 드러나지 않지만 은은하며 섬세하고, 여운이 있다. 값진 것은 희귀한 법, '하지 않음'의 사랑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이유이다. '함'의 사랑을 할 때에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면 되지만, '하지 않음'의 사랑은 기존의 나를 덜어내야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말을 아끼고, 행동을 교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날 사랑하는지 확인하려면 상대방의 '함'을 살피지 말고, '하지 않음'을 살펴야 한다. 당신 또한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을 사랑해보라. 사랑은 거래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잃어가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지 말라. 위대한 사랑은 잃음으로써 얻고, 또 하나가 된다. 


성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사람의 꼴찌가 돼야 하고 모든 사람을 섬기는 종이 돼야 한다.'

(마가복음 9장 35절)


꼴찌가 됨으로써 첫째가 되고, 비움으로써 다시 채워지는 놀라운 사랑의 경험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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