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초반 우리는 번역기에 의지해 대화해야 했습니다. Magda의 모국어인 포르투갈어와 저의 모국어인 한국어 사이에 놓인 언어장벽은 브라질과 한국의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엄청났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저야 본업이 영어 선생인지라 어느 정도 영어를 구사할 수 있었지만 Magda는 영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기에 매번 번역기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과 들은 말을 번역할 시간이 필요하니 우리가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창구라고는 텍스트가 유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워낙 잘 통했던 까닭에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메시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에게 어느 정도 친밀감을 느꼈는지 음성메시지도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영상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영상 속 Magda가 너무 아름다워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영상을 꺼내보곤 했습니다. 당시에 Magda가 보내준 영상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지금 제 외장하드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Magda와 저는 가끔씩 예전 영상들을 함께 보며 배꼽이 빠지도록 웃곤 합니다. 당시에는 굉장히 로맨틱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까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게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는, 그러니까 온라인에서만 알고 지낸 사람과의 진지한 관계를 상상할 수 있나요? 더군다나 파트너는 지구 반대편 있고 심지어 외국인입니다. 저는 Magda와 공식적인 연인이 된 뒤에도 이 관계가 얼마나 진실된 관계인지에 대해 꽤나 긴 시간 고민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이 관계가 그저 소꿉장난에 불과하다며 다른 여자도 만나보라고 조언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Magda와 연인이 된 지 2주 정도 되었을 때 저는 아주 명료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Magda를 실제로 만났든 안 만났든 그것과 상관없이 Magda를 향한 저의 감정은 진짜였습니다. 저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이 깨달음을 얻은 뒤로는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으면 저는 자신 있게 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져갔습니다. 영상 통화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텍스트를 주고받을 때는 조잘조잘 말이 많던 우리였는데 영어로 대화를 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Magda가 영어로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우리는 주로 서로를 마주 보며 말없이 키득키득 웃곤 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도 우리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이제 깊어질 대로 깊어진 우리는 더 진실된 만남을 위해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 했습니다.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까지 만남을 이어가는 바로 그 단계로 말입니다. 저는 직업 특성상 겨울과 여름에 각 각 1주일 정도 휴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저는 하루라도 빨리 Magda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해 겨울 휴가에는 사업과 관련된 중요한 미팅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휴가에도 일을 하는 게 여러분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잘 쉬지 못하고, 열정적으로 일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아쉽지만 우리의 만남은 다음 여름휴가까지 미뤄져야 했습니다. Magda와 교제를 시작한 것이 11월, 그리고 여름휴가는 다음 해 8월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관계가 다음 해 여름까지 무탈하게 지속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Magda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관계가 그때까지 지속되면 내가 브라질로 가겠노라고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 불타오르는 감정만 가지고 조건 없는 약속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지속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만큼은 진실이었지만,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명확하게 밝혀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성숙한 어른이었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Magda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한국에서 세 달 정도 지내려면 얼마가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