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도착했습니다

대만에서 쓴 지원서는 잘 도착했을까요.

by 두두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괜시리 기대되는 마음으로 받아봅니다. 차분하지만 명랑한 목소리. 지원서 담당자 K(케이)였습니다. 케이는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지원서에 쓰인 나의 경험이 진실인지 궁금해하는 눈치입니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순수한 호기심은 오랜만이었기에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역마살 이야기, 대만에서 지원했던 이야기, 구글폼이여서 좋았다 .... 두서없는 나의 이야기를 케이는 한참을 들어주었습니다. 마치 영화 예고편을 보듯이 나를 궁금해 해주었고 우리는 따스한 오후에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어느 공유오피스 회의실. 창밖으로는 강이 흐르고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케이도 반갑게 나를 맞이해 줍니다. 오는 길은 힘들지 않았는지, 점심 식사는 했는지 가벼운 스몰 토크를 하며 어떤 이유로 지원하게 되었는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식빵처럼 거칠지만 단단하게, 또 부드럽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프로젝트형 인간으로 살고 있는 저에게 (케이가 있는 이 곳은) 환승, 경유지라고 생각했어요. 여기라면 불투명한 내 진로가 명확해지지 않을까. 조금 더 나아질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포지션보다는 함께하는 게 저에게 중요한 과제였어요. 책임감, 성실.... 진부하지만 저에게 중요한 단어에요. 프로젝트에 있어서 이 두 가지가 없다면 일을 해내는 것이 어려웠을거예요. 어쩌면 제가 소진되서 도망갈 일도 없었을지도 몰라요.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


당찬 나의 모습에 나도 놀라고 케이도 놀라고, 정적이 흐른 후에 우리는 '그래 그래'하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나의 답이 그에게 전해진걸까요. 이제는 케이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우리는 초기 팀이에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시작했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 팀원 공고를 내게 되었죠. 많이 부족할거예요. 그래도 같이 해보지 않을래요?"


이것은 프로포즈인가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습니다. 프로젝트도 늘 시행착오가 있고 하다보면 나아질거라고 믿기에 잠시 머무르기로 합니다. 그렇게 케이는 나의 사수이자 상사가 되었고 파트타임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케이에게는 주 3일, 하루 5시간만 일하겠다는 말을 전하면서 말이죠. (사실 일방적인 요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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