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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항수 May 20. 2016

죽음이 주는 힘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일곱 살 조카가 어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곡하는 모습이 기이하게 보였나 보다.
누나가 조카에게 죽음에 대해 설명해줬다.
이제 다시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뜻이라고.

그 말이 무척이나 슬프게 다가온 모양이다.
그래서 죽음이 두려워졌고.
오늘 아버지 생신때 죽음이란 말이 나왔을 뿐인데 조카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삼촌 모두 죽지 말라며 울먹였다.
그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면서도 신기하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한때 그걸 넘어섰다고 착각한 적이 있었다.
당장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며 다니곤 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병에 걸려 입원을 했다.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처음엔 담담했다.
청력을 잃으면 뭐 어때 라는 생각이었다.
입원실에 앉아 못보던 책이나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제법 오랜 기간 차도가 없자 불안함이 엄습했다.
가장 먼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둘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완치되었고,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다.

지금 나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적어도 편안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리 하루하루 후회없이 산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기란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이 나은지, 걱정하는 삶이 나은지 나는 모르겠다.
두려움이 없을 땐 주위를 둘러볼 필요 없이 마음껏 달려갈 수 있었고, 걱정이 생긴 후에는 주변을 더욱 살뜰히 챙길 수 있었다.
어느 상황이든 죽음은 나에게 힘을 준다.

언젠가는 내 심장과 뇌가 뻣뻣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래도 웃는 낯으로 작별인사를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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