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산책 가는 길이었다. 친구에게서 톡이 왔기에 "대공원 도착. 이제 워킹 시작"이라 했더니 "온 가족?"하고 물었다. 남편과 둘만 있는 사진을 찍어 보냈다. 다시 답장이 왔다. "알콩이 달콩이 하셔요~". 데이트를 하든 손을 잡든 불륜 사이도 아닌데 살짝 부끄럽고 멋쩍어져 사족처럼 다시 톡을 보냈다. "너 단추랑 산책하듯이.." '단추'는 친구네 강아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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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운동하러 나가자" 햇빛을 쬐며 일정량 걸어주지 않으면 몸 컨디션이 나빠지는 남편. 주말마다 운동을 하려고 집을 나서며 매번 나더러 함께 가자고 하는데 엉덩이가 왜 그리 무겁던지. 친구가 부르면 냅다 달려 나갈 거 같건만 남편과 함께 나가는 건 솔직히 너무 귀찮았다. 그러던 지난 연말. "한해를 뒤돌아보니 자기랑 이야기 나누며 함께 걸었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라던 남편의 말이 오래 맴돌았다. '앞으로 더 자주 걸어주어야겠다.' 마음먹었으나 실천은 어려운 법. 어떻게 하면 자주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길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을 보았다. '남들은 강아지 산책도 시키는데, 나는 남편을 위해서 저 정도도 못하나?' 싶었다.
친구 Y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자기 남편에게 내 이야기를 했단다. 그러자 Y의 남편 왈 "나는 '시바견'해도 좋으니 나 좀 자주 데리고 다녀줘." 우리의 남편들이 이럴 때가 온 것인가. Y는 남편에게 '뽀삐'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했다.
친구네 이야기를 들은 후 우리 남편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얼마 전 남편과 산책 가는 길에 '이제부터 애견과 산책하듯 당신과 자주 걸어주겠다'했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개야?"라며 언짢아했다. "아니지. 요즘 개들이 집에서 얼마나 사랑을 받는데. 남편들보다 서열도 높아. 내가 그만큼 자기를 생각한다는 거야. 애견보다 소중한 남편' 여기에 방점을 찍어야지.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거라고!" 급히 보충설명을 했다.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남편은 그제야 "알았어.... 근데 이 찜찜함은 뭐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너무 다른 우리,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입을 다물고 영원히 평행선을 그리며 가까워질 수 없을까 봐 운 날도 있었는데. 시간이 해결해 준 것일까? 서로의 노력 덕분일까? 둘만 다녀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가까워지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좋으면 된다. 우리 앞으로 더 사이좋게 지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