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갈 때 뭐 입고 가지?"
대학생이 되면서 샀던 몇 안 되는 옷들을 거실까지 죄다 나르며 딸은 물었다. 분명 낮에 "내일 이태원 갈 때 이렇게 입고 가려고, 어때?" 했었기에 "아까 입었던 대로 입는다고 하지 않았나?"하고 되물었다. 아이는 그만큼 들떠 있었다. 대학생이 되느라, 코로나를 겪느라 해 볼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나씩 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매일매일 폭풍처럼 밀려드는 과제를 잠시 밀쳐두고 그날만큼은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 거라던 딸. 수많은 인파가 몰릴 거라 예상되어 걱정이 되었지만 이번 할로윈 행사엔 이태원에 200명의 경찰이 배치되어 마약단속과 치안 활동을 강화한다는 기사를 보았으므로 캡처해 둔 마약 사탕 사진과 용돈 5만 원을 보내며 재밌게 놀다 오라고 했다.
그날 밤. '엄마 너무 재밌어. 오늘 막차 타고 집 가면 안돼?' 하고 톡이 왔다. 남편은 너무 늦는다며 싫은 내색을 했지만 모처럼의 즐기는 딸의 기분을 이해했기에 '막차는 아슬아슬하니까 그 앞 차 타고 조심해서 와.'라고 답을 했다.
그곳에서 사라져 간 꽃다운 청춘들도 내 아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딸은 금요일 그 시각 그 거리를 지났고, 그 아이들은 다음날 그 거리에 있었던 것뿐. 아직도 트라우마처럼 생각만 하면 가슴 먹먹해지는 세월호. 이번 일과 세월호가 자꾸만 겹쳐 보이는 건 나만일까? 뉴스 보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부릅뜨고 어떻게 수습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사랑하는 내 나라에서 또다시 두 눈 뜨고 멀쩡히 아이들을 잃지 않으려면 우리가 깨어있어야 한다.
ps. 금요일에 그 참사가 일어났다면....더 놀다 오라했던 나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