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 1

by 오늘을 살다

두 아이가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아마도...


큰 아이 연두는 <방귀대장 뿡뿡이>의 광팬이었다. 뿡뿡이를 시청하며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하곤해서인지 뿡뿡이만 보면 즐겁고 좋았나보다. 참새 방앗간처럼 장난감 가게를 지날 때마다 뿡뿡이가 그려진 무언가를 꼭 하나씩 손에 쥐고 나와야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밥을 먹다 아빠가 방귀를 뀔 때면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던 연두가 아빠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빠~ 뿌뿌이!"

어느날 아이를 기쁘게 해주려고 뿡뿡를 그려주었는데 그 후 어찌나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뿡뿡이를 그려 달라고 하던지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뿡뿡이로 득도할 것 같았다. 그것이 태교가 되었는지 둘째 햇님이도 언니 만큼이나 그리고 만들기를 좋아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오래 머물러야 할 일이 생기면 종이와 색연필을 필수품으로 챙겼다. 그것만 있으면 한참을 조용히 놀았으니까.


연두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우리 가족은 이사를 왔다. 새 동네에 아동미술을 잘한다는 홈스쿨 선생님이 학원을 개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파트 상가에 갔더니 이제 막 개업한 미술학원이 있었다. 아이들이 다녀야 할 곳이기에 아이들와 함께 다시 찾아갔다. 다행히 둘 다 마음에 들어 해 등록을 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원장 선생님이 계속 바뀌었다. 학원운영이 어려웠던가 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문으로 들었던 학원은 우리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 애들이 학원에 등록한 이후 뒤이어 개업한 큰 미술학원이 있었는데 그곳이었다. 큰 미술학원은 날마다 승승장구해서 규모가 점점 커져갔다. 그와 달리 우리 아이들이 다니던 학원은 줄기차게 원장님 바뀌었지만 와중에도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원생 몇몇이 정예부대처럼 학원을 지키다 급기야 문을 닫고 말았다. 미술학원을 워낙 좋아하던 아이들이라 큰 미술학원에 다녀보지 않겠느냐 물으니 어디서 나온 의리인지 두 녀석 모두 자기들 학원을 망하게 한 곳이라며 절대 가지 않겠다 했다. 학원비가 굳었다.


초등학교 2학년. 세상에서 구구단이 제일 싫다며 펑펑 울던 둘째는 3, 4학년쯤 되자 어미의 불안에서 시작된 학습지를 하기 싫다고 날마다 주리를 틀었다.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학습량이었는데 지들은 싫었겠지. 저렇게 하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붙잡고 공부를 시키느라 돈 낭비는 물론 공부도 싫어하고, 사이까지 나빠질까 걱정되어 과감히 관두라 했다. 작은 애가 관두자 큰 애도 그제야 용기가 났는지 저도 하기 싫다했다. 그래 둘 다 그만둬. 초등학교 다닐 때 놀지 언제 놀겠나 싶었다.


아직은 어리니까. 그리고 언제든 본인이 필요하다 생각하면 공부하겠지. 그런 때가 오지 않을까. 그런 때가 안온 대도 할 수 없다. 놀멍 쉬멍 그동안 자기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고 찾을 수 있을 거야.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똑똑한 아이들은 나라를 위해 일하고, 평범한 우리 아이들은 자기의 인생을 잘 살고 있어요"라고. 그 말이 내 속에 씨앗을 뿌렸다. 나도 아이들이 잘나서 잘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이들이 각자 자기 방식대로 즐겁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학원과 학습지를 끊은 대신 집에서 만들기를 하고 싶다면 재료비는 아낌없이 팍팍 대줬다. 학원비보다는 훨씬 저렴했으니까. 그때 한창 유행하던 미니어처 만들기. 유튜브를 보며 따라 만들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려와 보면서 만들곤 했다.


어느 순간 보니 아이들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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