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내겐 너무 아픈 그녀

by 오늘을 살다

요양원을 방문해야 하는 날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물에 젖은 솜처럼 몸은 무겁고 콧구멍이 좁아 지기라도 한 것처럼 숨도 잘 안 쉬어진다. 막상 가보면 사실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은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 가서 밍숭 밍숭 서있다 오기도 뭣해서 일부러 식사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그렇게 까탈스럽던 입맛도 변한 건지 식사를 잘하셔서 요양원으로 오신 후 뵐 때마다 살도 오르고 피부가 더 좋아졌다. 음식이 떨어져도 옷에 묻지 않게 수건으로 목 아래를 둘러드린 후 점심으로 나온 소고기 죽을 한 술 떴다.


"아~~ 하세요."

"아~"


틀니를 뺀 후 움푹 들어간 입술이 우물거리는 모습이 더 고집스레 보여 시선을 돌렸다.


"아유.. 고마워요. 새댁. 새댁도 먹어요. 죽이 아주 맛있어요."

"........"


옆 침대에 있는 가족들과 노인들은 지금 내가 나쁜 며느리 같아 보이겠지. 이 사람이 그동안 나에게 어떤 시어머니였는지도 모르고, 당신 아들 덕에 호의호식하는 뭐하나 눈에 안 차는 못마땅한 며느리를 대하던 그 눈빛, 그 말투를 본 적이 없으니.


"새댁은 누구길래 나를 이렇게 도와주는 거요?"

"....."

"차암. 이쁘네. 누구신지 모르지만 고마워요. 복 많이 받아요."

"....."


남남이라 생각하니 이 정도 친절에도 저렇게 감사한가 보다. 결혼 전엔 우리는 분명 남이었다. 결혼으로 서로 가족이 되려 했던 것뿐인데 뭐가 잘 못 되었을까. 처음부터 저 모습으로 나를 대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그동안 당신도 나도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도 그 정도면 이쁜 치매 아냐?'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람들. 생의 마지막에 와서 당신에 대한 미움마저 용납하지 못하게 하려고 저러는 건 아닌지. 저 사람은 저렇게 바뀌었는데 내 응어리진 마음은 너무나 단단히 굳어져서 바람 하나 통하지 않으니 어쩌란 말인가.


밤늦게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쿵 떨어진다. 혹시나 짐작하는 그 소식을 듣게 될까 봐.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떠나보내게 되면 어쩌나. 요양원을 찾아가는 것도 그 얼굴을 보는 것도 아직은 괴롭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도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을 때까지만, 그때까지만 떠나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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