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 입학 후기

유럽의 행정이란… 부들부들

by 송다니엘

벌써 4달이 된 일이다.

석사 과정에 합격했단 통보를 받고, 갈 날만을 기다리다가 2주만에 “너희 학교 학위 인정해줄 수 없다.”고 했던 일이.


사건의 발단은 대략 이렇다.

독일 교육부에서 각국 대학의 등급을 매기는데, H+는 4년제 종합대학, H-는 전문대학, H+/-는 사이버대학 등. 안타깝게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관학교는 H+/- 등급이었다. 이 등급, 즉 대학 졸업장에 대한 판단은 각 대학 입학처의 소관인데 경험해보니 케바케.


어떤 대학은 종합대학으로 인정해줘서 석사 입학 허가를 주고, 어떤 대학은 “너 전공 이수학점이 모자라.”라고 안 된다고, 어떤 곳은 “지원자가 많아서 너 안 뽑혔어.”라고 한다. 여기까진 당연한 일.


이 사건의 주인공인 대학은 내 모교 졸업장 자체를 인정 못 해준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독일의 직업학교가 많으니, 그냥 단순히 군대라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건지, 알 수 없다.


그런 이유로, 오기가 생겨서 사관학교 설치법부터 고등교육법까지 번역한 것에, 불쌍한 척하며 사정사정했지만, 안타깝게도 결정이 번복되지는 않았다. 당시 국방부, 교육부, 해군사관학교, 해군본부, 국방무관까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했지만, 나의 모교에서 말곤 누구도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사실 생도 때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으니, 자조적으로 ‘그래! 고졸로 쳐라.’하고, 개인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학사를 지원해 이곳에 오게 됐다.


그리고 불과 1주일 전, DAAD. 독일 내 제일 큰 규모의 학술 교류처에서 연락이 왔다. 국군간호사관학교 졸업생이 있는데,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으니 가능하면 좀 연락을 해보라고.


악몽 같았던 그때의 일이 생각하니, 비슷한 처지란 생각에 경험했던 나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해 드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인공은 2년 선배님이시고, 간호사관학교는 아예 독일 교육부 대학 리스트에도 없어서 이를 등록하는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웬걸 오늘. 불과 1주일만에. 모든 사관학교 등급이 4년제 종합대학에 국립대학으로 등급이 바뀌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선배님은 어떤 행정절차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며칠 전 본인 학교만 4년제 종합대학으로 등록되어서 안타까워서 말을 못 하고 있었는데, 오늘 육해공군 사관학교 모두 4년제 종합대, 국립대로 바뀌었다고 알려주셨다. 나로선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했는데, 우리나라도 아니고 느리고 악명높은 행정을 자랑하는 독일의 시스템을 바꿨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할렐루야.


이젠 공식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인정받는 국제대졸이 된 셈이다.


그 이후, 내가 다시 석사 과정에 지원해야 하나는 생각에 검색하다보니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하다. 기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길이 열린 듯하고, 이곳에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좋긴 하지만, 10년이나 어린 학생들과 이야기할 땐 나이 차가 확실히 많이 난다는 걸 매번 느낀다.


인생에 답은 없다.

외국인 석사과정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이곳 학장에 직접 연락해서 미팅 잡고 쇼부를 보란다. 그것까진 모르겠고, 일단 학교 내 담당자들에게 학점 인정 및 상담 원한다고 메일은 보냈다.


이렇게 되고, 프라이부르크 대학 거절 서류를 보니, 공식 항의 기간이 1달인지라, 이는 물건너갔다. 그래도 쑤실 수 있는 곳은 다 쑤셔보는 게 정답일 테다.


하하. 경찰대는 아직도 H+/-다. 아마 졸업생이 독일을 올 일이 없나 보다. 아무튼, 짧은 시간에 기구한 일을 많이 겪는다. 불과 세달 전에 이 일이 있었다면, 난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을테다. 이곳에서 하는 수많은 좋은 경험을 하고 있긴 하지만, 가끔씩 아쉬울 때가 있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타이밍이 참 기구하다. 어찌 될지는 몰라도, 참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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