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경이로움에 대한 예찬
며칠 전부터, MIT 웹사이트에 공개된 수학 강의를 완강했다. 오래도 걸렸다.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까지. 하지만 그동안 논 건 아니니까.
분명 예전에도 공업수학을 배우긴 배웠는데, 이렇게 명료하게 배웠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때는 그냥 들으면서도 모호한 기분이었는데, 이걸 들으니 확립되는 기분이다.
또, 수학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가끔, 아주 가끔. 문제를 풀 때 희열을 느끼고 재밌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 학문이 아름답다고 느낀 건 거의 처음이었다.
맥스웰 방정식이 전자기학을 설명할 때, 4가지 방정식으로 거의 모든 걸 설명하듯, 선형대수학이 미분방정식과 연결되고, Eigenvalue가 미분방정식에서 표현되며, Laplace, Fourier 해석/변환에 대한 배경과 응용 등등. 이 모든 게 아름다운 수식으로 표현되고, 이를 물리학 법칙과 연결되는 게 참으로 경이롭다.
한편, 예전에 Resonance, 우리 말로 하면 공진. 어린 시절 학교에서 수업 들을 때, 다리를 만들 때 설계한 주파수와 통행한 주파수가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되면 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내용을 들었는데,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고 외웠던 것 같은데, 그것이 수학으로 증명되는 등 많은 부분에서의 여러 수학적, 물리적인 배경을 깨닫게 된다.
왜 이전엔 이렇게 배우지 못했을까. 대학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대학을 가고, 주변에 똑똑한 이들이 있어야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훨씬 좋은 아웃풋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실감한다. 10년 전에 알았다면, 내 인생이 더 창창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지만, 그리고 내가 하던 모든 것이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헛되지 않았던 건 분명하고.
또, 앞에서 언급한 아름다운 수식, 즉, Analytical Solution을 낼 수 있는 건 정말 한정적이고, 결국은 Numerical Solution 즉 근사값을 내거나 최적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이것에 통계 개념이 들어갔을 때, 양자역학의 세계로 가는 것이라고. 최근에 대부분의 수학계의 난제들을 푸는 것도 대단한 풀이 방법보다도 문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눠 근사값을 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는데, 지금 이것이 가능한 것은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졌기 때문이란다.
정리하기를, 두 가지의 사실을 느낀다.
1. 공부를 해서 모르는 것을 알게 됐을 때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2. 그 공부는 끝이 없다.
두 번째 사실 때문에 가끔은 1번의 큰 희열도 잊을 만큼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즐거운 게 제일 좋은 것일 텐데. 지금 생각하는 것들을 다 해내도 그 이후에는 또 모르는 것이 생길 테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공부를 하는 게 즐겁고, 여러 공부를 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울 뿐. 그동안 매순간 논 건 아닌데, 아직도 할 게 왜 이렇게 할 게 많은지. 공부에 끝이 없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든다. 아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이걸 써먹을 수준이 되는 데까지는 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수학과 연구 분야. 그리고 이를 모델링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능력. 그리고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눈까지. 이게 아버지가 이야기하는 기초라면 기초인 듯하다. 조급하지 않고 첫 번째의 희열을 계속 느끼면서 그 공부를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