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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정책

연속성 있는 정책의 필요성

by 송다니엘


2년 전, 대통령 선거 공개 토론 자리에서 대선 후보가 다른 대선 후보에게 RE100이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었다. 질문을 받은 이는 그 개념조차 잘 알지 못했는데, 그렇다고 그걸 물은 이도 제대로 된 이해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RE100이 무엇인지 먼저 찾아본다.

“RE100 is the global corporate renewable energy initiative bringing together hundreds of large and ambitious businesses committed to 100% renewable electricity.”




쉽게 설명하면 앞으로 모든 생산 공정, 서비스 등에 소요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부터 공급받는다는 내용이다. 삼성, 현대, SK, LG, 카카오, 네이버, 롯데 등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은 모두 가입했다. 가입한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는 필자가 과문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흔히 사람들은 전기를 사용하면서 본인들이 탄소 배출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처럼. 이건 거의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노르웨이에서나 적합한 현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은 총 전력 생산의 4%에 못 미친다(IEA, 2020).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OECD 예하의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중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제일 낮은 나라이며, G20 국가 중에선 가장 후순위인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19위에 위치한다.


전기 자체가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인데, 예를 들어 전기만 100% 재생에너지로 발전한다고 한들, 이 또한 환경친화적인 것도 아니다. 물론 모든 분야의 최종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전력화(Electrification)’가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나, 모든 걸 전력화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수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는 다음 기회에 서술하도록 한다.




각설.



이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하는 정책에는 무엇이 있는가.


크게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eed in Tariff, FIT), 그다음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다.


FiT는 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한 전력을 보통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똑같은 가격으로 전력을 사들이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2000년 FiT 도입 당시, 태양광 에너지로부터 발전된 전기를 전력회사에서 kWh당 0.5유로에 고정된 가격으로 구매했다. 이 같은 정책 덕에 사람들은 집집마다 지붕에 태양광 설치하게 됐는데, 이 덕에 상대적으로 큰 초기 투자 비용을 몇 년 만에 회복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단지 태양광 패널 설치 당시에 많은 보조금을 일시불로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단순히 설치해버리고 까먹는 게 아닌, 지속해서 매번 발전량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데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독일 내 지붕 위 태양광 패널 설치가 급증한 데에 있어서 단순히 이런 혜택보다도 패널을 먼저 설치한 이웃들의 의견이 그보다 더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직접적으로 행동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함의를 가진다.


어찌 됐든 일단 누군가 처음으로 태양광 패널을 지붕에 설치해야 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는 결과론적으로 정책이 기대한 대로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다. 독일과 일본은 FiT 덕에 국내 태양광 패널 도입량의 괄목한 성장은 물론이고, 산업 자체가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었고, 이후 중국 기업이 이 산업에 뛰어들며 태양광 모듈 단가가 크게 떨어진 덕분에 이제는 태양광발전이 발전단가로만 따지면 제일 저렴한 에너지원 중 하나가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kWh당 0.5유로에 달하던 보조금이 이제는 0.1유로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태양광 발전단가가 워낙 내려가 그전처럼 많은 초기 투자 비용이 들지 않고, 그동안 이에 대한 보조금 자체가 워낙 많았다는 결과에 의한 것이었다. 이에 단순히 전기를 많이 생산해서 전력회사에 파는 것보다 본인이 그 전기를 직접 사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게 되었다.


다음은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RPS를 살펴보자. 쉽게 설명하면 어떤 기업에 얼마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라고 할당하는 제도다. 즉, 쉽게 말해 A회사에 ‘너희는 너희가 사용하는 50%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써.’라고 강제하는 제도다. 이렇게만 보면 나쁠 건 없다. 하지만 여기서 맹점이 존재하는데 이 50%의 할당량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부분인데, 즉 이 할당량을 재생에너지를 더 발전하는 곳으로부터 구매하면 된다. 그렇게 됐을 때, 기업에선 경제적으로 계산한 다음, 당장 할당량을 다른 곳으로부터 구매하는 게 실제로 어떤 곳에 재생에너지를 발전하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게 만들 여지가 충분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례를 살펴보면, 2001년 10월 FiT를 도입했으나, 2010년 RPS를 채택하며 FiT를 2011년 부로 폐기하고, 2018년 한시적으로 5년간 FiT를 재도입했다. 하지만 앞에 서술된 우리나라의 통계를 살펴보면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 위 관련된 강의를 듣는데, 나는 강연자에게 질문했다.

‘나라마다 정책이 다 다른데 어떤 정책이 재생에너지 도입량을 늘리는데 제일 효과적인 정책인지, 구체적인 수치로 이를 연구한 사례가 있는지.’



강연자는 위와 같이 대답했다.

‘이를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하는 건 매우 어렵다. 정책 하나만으로 이를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정책이 성공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는 그 정책을 세울 당시 했던 목표를 이루었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관건인데, 만약 RPS를 도입했는데 재생에너지 설치량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그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나는 최근 한 유력 정치인과 운이 좋게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기후변화 관련된 문제를 물었는데, 그가 대답했다.


‘‘기후변화 관련한 에너지 정책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완전히 뒤바뀌고 있고, 정책의 연속성이 없죠. 정말 안타깝습니다.“


다시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연속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독일이라고 완전히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도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에 기업들의 로비로 기후변화 정책이 완전히 잘 이뤄진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기본적인 정책의 방향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IEA, (2022). World Energy Outlook 2022. [online]. Available at:

https://iea.blob.core.windows.net/assets/830fe099-5530-48f2-a7c1-11f35d510983/WorldEnergyOutlook2022.pdf [Accessed: June 2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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