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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의 경제적인 관점, 탄소가격제를 중심으로

by 송다니엘

기후변화 관련하여 제일 많이 언급되는 탄소세와 탄소가격제.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는 탄소세(Carbon Tax)를 포함하는 개념인데, 이는 탄소비용을 측정해 가격을 매겨 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제도로, 이외에도 배출권거래제도(ETS, Emission Trading System) 등을 포함한다. 탄소가격제 중 제일 대표적인 두 가지,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도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경제적인 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탄소세. 그야말로 세금인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에너지원에 배출하는 온실가스만큼 추가적인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부과되는 금액은 각 에너지원의 배출 계수(Emissions factor, g/kWh)에 의해 다르다. 무게당(톤당) CO2 가격이 100유로, 100EUR/t이라고 했을 때, 천연가스의 배출 계수는 0.2g/KWh고, 이 두 가지를 곱하면, 실제로 부가되는 에너지 가격, 2ct/kWh가 도출된다.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kWh당 대략 30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을 더 많이 하는 석탄의 경우 배출 계수가 0.364g/kWh, 같은 CO2 가격이라 가정했을 때, 에너지 가격은 에너지 가격은 3.64ct/kWh, kWh당 50원이 조금 더 넘는다. 원료 가격으로만 고려한다면, 독일 내에선 석탄의 가격은 천연가스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탄소세가 부가된다면 석탄은 천연가스보다 경제적이지 않게 되고, 이런 이유로 경제급전(Merit Order Curve)에서 석탄이 천연가스보다 후위로 밀리는 효과로 이어진다. 수요에 따라 제일 저렴한 에너지부터 공급이 결정되는 경제급전에서는 비싼 에너지는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데, 즉 발전소를 돌리고 싶어도 돌릴 수가 없다.


불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연가스가 독일 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석탄보다 비교적 친환경적인 이유로 이 같은 시스템이 효과를 봤다. 석탄을 덜 태우고 이에 천연가스를 공급했으니 상대적으로 탄소를 덜 배출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분야를 완전히 ‘탈탄소’ 되기 전에 천연가스가 조금이나마 덜 배출하기에 이런 에너지 정책을 펼친 셈이다. 우리가 모두 알 듯이 그 결과가 좋진 않지만.

한편, 화석연료에 부과되는 탄소세가 부과되지 않는 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지열, 수력 에너지 등은 이 탄소세의 효과 덕에 시장에 더욱 쉽게 진입할 수 있었다.


이 탄소세는 모든 분야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 각분야별, 에너지별로 조금씩 다르게 부여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건 빌딩 섹터, 즉 난방 분야에 있어서 독일의 탄소세가 북유럽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 프랑스보다 낮다는 사실이었다. 독일이 그다지 친환경적이지 않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 이유는 정책적인 접근에서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자세한 이유는 이후에 서술한다.



다음은 거래권배출제도(ETS)이다. 여기에선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하나는 상한선 (Cap)이고, 다른 하나는 탄소배출권(CO2 Certificate)이다. 이름에서 이해할 수 있듯, ETS의 기본 골자는 각 에너지 생산 주체마다 상한선이 있고, 이 상한선에 맞춰 상한선보다 적게 탄소를 배출하는 주체는 탄소 배출을 더 많이 하는 주체에게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최초의 ETS는 1990년, 미국에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산성비를 제한하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는 SO2, 이산화황으로 거래를 시작했는데, 이 시스템이 탄소 거래 시스템으로 정착한 셈이다. 유럽연합의 ETS는 3가지 단계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동안 상한선이 너무나도 높았던 나머지, 즉 기존 화석연료 시스템에 그다지 부담을 주지 않은 나머지, 2005년 도입 이후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더해 금융위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의 굵직한 사건들이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너무나도 낮게 형성되는 요인이기도 했다.


현재의 ETS 가격이 도입 때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형성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상한선이 이전보다 훨씬 낮게 책정되었고, 배출권이 적어졌기 때문인데, 톤당 50~60유로 정도로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면 요망하는 효과, 즉 기존 화석연료 시스템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변동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개략적으로 탄소세와 ETS를 살펴봤다. 이 두 가지 시스템을 비교해보자.


먼저 탄소세의 장점이라면 톤당 CO2 가격만 정해진다면, 사람들에게 에너지의 가격이 얼마로 형성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반면, 탄소세로 인해 얼마만큼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편, ETS는 반대로 탄소 가격의 변동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상한선만 있다면 확실한 온실효과 절감을 꾀할 수 있다. 왜냐면 상한선(Cap)만 단계적으로 낮춰 궁극적으로 0으로 산정하면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탄소 배출 절감이라는 효과만 고려했을 때는 ETS를 모든 에너지 소비자에게 도입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이런 시스템을 다 알고 적용하리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상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경제적인 조치로만 탄소중립이 가능할 거라는 것도 어쩌면 상상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기존의 가스보일러로 난방을 한다고 했을 시, 실제로 탄소세 혹은 ETS 등의 정책으로 화석연료 가격이 엄청나게 높다고 가정해보자. 정작 이 부담을 지는 건 세입자이지, 집주인이 아니다. 내가 사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만 하더라도 집은 적은데 집을 구하는 이는 많아서 집주인에게 계약하기 전에 난방 시스템이 어떻게 되냐고 묻는 건 불가능하고, 집주인에게 가스보일러를 Heat Pump로 바꿔 달라거나 에너지효율을 위해 창문, 환기 시스템을 개선해달라는 이야기도 불가할 테다. 그리고 혹여나 집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많은 초기 투자금을 들여 오래된 건물의 난방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과론적으로 참 어려운 이야기지만, 경제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접근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최근 발표된 독일의 빌딩 관련된 정책의 경우, 앞으로 새로 건축될 건물에 있어선 65%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며,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난방 시스템의 수리는 금지될 거라는 것이 그 골자다.


이를 강연한 이는 25~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탄소세가 더 효과 있는 정책이었을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기후위기가 목전에 둔 상황에서는 정책적인 접근이 경제 논리보다 훨씬 효과적일 거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나라가 똑같은 ETS를 도입하고 개인에게 배출 책임을 지우는 게 이 기후위기의 제일 확실한 방안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개인에 이를 부가하는 건 정말 어렵고, 국가마다 입장이 다 다른 만큼, 유럽에서의 시스템이 개발도상국에 같게 적용되는 것마저도 거의 불가능하다. 유럽 내에서도 서유럽과 동유럽의 온도차는 극명하니까.


이런 어려움을 고려하더라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10여년 전, 독일에서 태양광 발전이 엄청나게 증가했던 것도 정책적인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이젠 단순히 태양광이 아니라 태양광, 풍력, 그리고 에너지저장장치와 함께 Heat Pump, 전기차, 산업에서의 탈탄소 과정이 모두 총동원해야 한다.


독일에서 탄소세가 정치적인 논제로 등장한 것이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기후변화 관련된 정책은 아직도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헤쳐가야 할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단순히 탄소가격제, 탄소국경세 등으로 수출에 있어 지장이 있다는 경제적인 논리로만 기후변화를 접근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다방면의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우리는 다시금 알 수 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지금이라도 더 많은 분야에서 행동에 옮기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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