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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01. 2021

독일에서의 정착기 II

여러 행정업무들


독일에서 오자마자 해야 하는 급한 일들.

은행계좌 개설, 보험가입, 핸드폰 개통. 거주지등록+거주허가(비자) 인터뷰,


사실,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많은 후기를 보고 나름 준비를 했다곤 하지만, 계속 나오는 돌발 상황에 적잖게 당황했었다. 한 달이 지나고 보니, 이제 조금은 알 것 같고, 거의 마무리단계임이 확실하다. 30년 가까운 삶을 한국에서 살았던 내게 유럽의 행정이 내게 쉬울 리가 있겠나. 그래도 여러모로 운이 좋았다.


이 행정업무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이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단 먼저 집이 있어야 거주지 등록을 하고, 은행계좌를 만들고, 보험가입을 할 수 있는데, 집을 며칠만에 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랴. 또, 휴대폰을 개통하려면 은행이랑 연결되어야 하고, 은행 계좌를 열려면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 되고. 등등. 무한 루프다.


뭐 그런 이유로 에어비앤비 숙소로, 거주지 등록을 했고, 보험과 은행 문제를 해결했다. 은행은 또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 창구 예약을 잡고 찾아갔다. 한 시간을 꼬박 안 되는 독일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직원과 이야기한 끝에 계좌를 만들었다. 아무래도 보안이 취약하다는 온라인 뱅킹보다는 독일 내 유명한 은행을 주 계좌로 쓰는 게 좋다는 생각이었는데, 성가셨지만, 잘한 선택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에선 창구 방문 한번에 끝날 일이거늘, 계좌 아이디/비밀번호, 체크카드/카드비밀번호, 인터넷 은행 개설 QR 코드 총 다섯 개의 편지가 몇 주에 걸쳐 따로 온다. 마치 드래곤볼을 모으듯.. 그 와중에 하나는 2주를 기다렸는데도 오지 않아 직접 다시 가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독일스럽다.


보험도 마지막에 인터넷으로 계정 파려고 하니까 또다시 우편으로 인증번호를 보내준다고 해서 기다린 끝에 결국 마무리했다.


거주지등록.

독일 관공서가 악명이 높다고 하여 가기 전에, 이런저런 걱정을 했다.

막상 가니, 서류가 미비하다고 다시 오라고 한다. 당일 날은 다시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서류를 작성해서 다시 가니, 거주허가증을 받는 절차까지 잘 알려준다. 독일어가 어눌하니 영어로 알려준다. 뭐랄까. 일단은 역시나 짧은 독일어라도 하는 게 좋은 인상을 준다. 독일인들을 상대할 때 그런 인상을 받는다. 본인들 문화에 적응하려고 하는 노력을 가상하게 보는 듯하다. 우리나라도 소도시에 가면 지역상품권을 주듯, 이곳도 도시 내부에 있는 가게에 할인권, 바우처를 준다. 어딜 가나 시골은 비슷하다.


거주허가증.

둘이 뭐가 다르냐고? 거주 등록은 그야말로 전입신고고, 거주 허가는 불법체류자가 안 되려면 해야 하는 절차다. 서류가 까다로운 게 제법 있다. 메일로 문의하고 답변을 받아도 명확하지않아서, 결국 서류 번역을 위해 담당 영사관인 프랑크푸르트에 한번 가야만 한다. 바이에른 지방으로 순회영사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전날 새벽 고주망태가 되어 기차를 놓쳐버렸다. 정말 프랑크푸르트까지 가야지만 해결이 될까. 알 수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래도 이 모든 걸 거의 다 해결하니까 속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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