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독 바다청년 Aug 22. 2023

독일에서의 산행

검은숲으로의 여행


날씨가 무덥다. 언제는 최고기온이 20도도 안 되길래 이번 여름은 쉽게 지나가네 싶더니 요며칠 35도를 훌쩍 넘는다.


작년 요맘때는 바이에른 맥주 축제에서 부어라 마셔라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집 주변에만 있는다. 그저 이 더위를 겨우겨우 보내려고만 하기엔 뭔가 아쉬워 무거워진 몸뚱이를 어떻게든 움직여본다.


Feldberg. 해발 1493m로 검은숲 최고봉이다. 바이에른 남부의 알프스를 제외하곤 독일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스키 슬로프도 있고, 관광지스럽게 찻길이 정상까지 쉽게 나있고 사람들은 복작복작거린다.


산에서 느낄 수 있는 속세와 떨어진 고요함과는 거리가 멀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랄까.


그렇게 올라가본다. 잘 닦인 길밖에 없는데 평평하게 올라가는 게 마치 영남알프스의 산을 오르는 느낌이었다.

중간 지점엔 왠 돌탑이 있다. 치악산 정상에서 본 탑처럼 생겼다. 한국적이라고도 생각했는데, 이 탑은 130여년 전, 비스마르크가 이곳에 방문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탑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한국에서의 산행이 많이 생각난다고나 할까.

정상에선 저멀리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스위스 알프스, 독일 알프스 등이 쭉 보인다. 사실 그보다는 산 아래 저멀리 보이는 호수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가보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 곳곳에 산장이 있는데 자리에 앉아 맥주를 먹으면 퍼져서 가기 싫을 것만 같다. 그래서 꾹 참고 계속 이어간다. 내려갈수록 계곡물 소리가 커지는 게 호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마침내 호수에 도착했다. 해발 1109m로 독일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호수란다. 물이 엄청 깨끗해 보기 어려운 물고기들이 많다. 수영을 못하게 해 조금 아쉬웠다. 발만 담그고 왔는데 사실 이것도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ㅎㅎ

다시 시작위치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다음 유명관광지로 향한다. 이 동네에선 제일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 Titisee. 호수가 워낙 큰데다가 주변이 분지처럼 둘러쌓여 있어 경치가 끝내준다. 다만 이곳은 너무나도 관광화되어 호젓함을 느끼는 건 불가능에 아깝다.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지 이제 어언 1년. 그동안 마음의 여유가 없어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명소도 오지 않았다. 막상 보니 아름답고 좋다. 바이에른의 맥주부터 알프스까지 그곳이 그런 측면에서는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 동네도 충분히 아름답고 맥주는 음…. 나쁘진 않다.


바이에른을 떠날 때 독일인들이 프라이부르크는 참 아름다운 도시라며 부럽다고 했는데 이제야 그 진면목을 느끼는 건 아닌가 싶다.


그나저나 주구장창 산 탈 때보다 체력이 떨어진데다가 예전처럼 등산에 흥미가 없는 줄 알았는데 이번 계기로 다시금 열정이 피어오른다. 검은숲은 물론이고 스위스, 프랑스 알프스는 물론이고 돌로미티도 찾아보게 된다.


돈과 시간만 충분하면 무엇인들 못하리.



매거진의 이전글 스트라스부르 답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