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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니엘 Oct 24. 2023

“유럽의 병자” 독일의 이면


뉴스에서 독일에 대한 보도가 연이어 나온다.

“유럽의 병자 독일”

과연 이게 맞는 분석인가.




메르켈 이전의 독일 총리였던 슈뢰더가 한국경제와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다.


“독일 경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누적된 구조적 병폐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하르츠 개혁에 준하는 정도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디지털 인프라와 교육 시스템 투자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독일 경제의 경쟁력은 곧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중략) 이에 더해 뿌리 깊은 관료주의 해소도 필요합니다.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조업 국가인 독일에는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에너지 문제도 중요합니다. 주요국 대비 에너지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 점은 가장 큰 경쟁력 저해 요소입니다.”


한국경제의 연재된 다른 기사 내용도 다음과 같다.

“독일 기업 10곳 중 3곳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싼 에너지 가격과 급진적인 환경 규제, 관료주의와 중국 원자재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에 비해 복잡한 전기차 지원 정책도 문제 삼는다.”


이 비슷한 류의 언론보도를 봤던 이유인지, 한국에 체류하는 기간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이야기를 듣곤 했다.


“요즘 독일도 경제가 어렵지 않나요? 중국에 편향된 나머지 독일 경제가 휘청휘청 된다고 하던데...”


다른 건 몰라도 기사에서 언급된 부분 중 맞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먼저 2년간의 독일 생활에서 느낀 바로, 너무나도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있었음을 생각해본다. 대부분 공공기관의 사무방식은 너무나도 길고 비효율적이다. 디지털화가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곳에 오면 우리나라 시스템, 공무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이건 개개인과 관련된 부분뿐만 아니라, 기업활동에도 정말 많은 규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두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와 ‘급진적인 환경규제’. 에너지 정책.


물론, 독일의 경제의 큰 부분 중의 하나가 자동차 산업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단순히 자동차 산업이 어렵다고 독일 경제가 마치 휘청한다는 건 다소 과도한 분석이라는 생각이다. BASF와 같은 세계 최대 화학회사부터 얼마 전에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BioNTech, Siemens, Bosch 등 어마어마한 대기업이 건재하다. 무엇보다도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중소기업의 비율이 높고 그 저력도 훨씬 단단하다. 사실 그런 논리라면 중국에 대한 수출입의 제약으로 더 큰 타격을 받는 건 우리나라가 아닐까.


나머지 한 부분. 급진적인 환경규제와 에너지 정책.


사실 독일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러시아 가스 수급의 차질로 가스 가격은 이미 굉장히 오른 상태였고, 모두가 알다시피 전쟁 이후 폭등했다. 하지만 이는 비단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유럽은 전력망을 공유하는 탓에 폭등한 가스 가격은 고스란히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쳤다. 혹자는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으로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았냐고 되물을지도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프랑스 원전의 많은 부분이 수리 등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그 당시 프랑스도 마찬가지로 에너지 공급에 많은 차질이 있었다.


나는 이런 이유로 독일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였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러시아 가스의 높은 의존도” 때문이라면 적극 동의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독일의 경우, 기존의 탈원전 잠정적 시기가 2030년 이후였는데, 2011년 후쿠시마 사태에 따라 메르켈 정부가 이를 앞당겼다. 사실 주목할 점은 2010년대 중반 이뤄진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의 대폭 삭감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메르켈 정부는 러시아와의 가스 발전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데, 이것이 NordStream이다. 사실 이 당시 독일 정부가 러시아에 가스 의존도를 높이지 않고, 이미 붐이 일고 있던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더욱 많은 힘을 실어줬다면, 탈원전을 이루는 것과 동시에 가스 가격 폭등에 대한 영향도 훨씬 적지 않았겠냐는 이곳 프라이부르크의 교수들이 수업에서 언급하는 이야기다. 나는 이것이 언론에 비치지 않은 다른 면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간 일이니 어찌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보도가 지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감히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단 한 가지의 이유밖에 없다. 위 같은 정책을 펼쳤던 정부에 대한 비판 내지는 여론을 조성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우리는 어때야 하는가.

‘중국과의 의존도를 줄이고, 탈원전을 해서는 안 된다.’가 결론이어서야 될까.


생각해보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유럽 내에서도 엄청난 타격이 크다. 이런 이유로 유럽도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NATO의 정책대로, 러시아를 주된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을 견제하긴 하지만, 경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중국은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지닌 국가이다. 이는 사람들이 비판하는 ‘중국몽’이 아니라 사실이다. 독일이 중국과 아예 ‘손절’하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이라는 말로 그들의 정책을 표현한 건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국가는 경제와 외교에 있어서는 자국의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라는 위협이 있는 우리가 자유로운 정책을 펼치기엔 굉장히 제한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중국과의 관계를 현명하게 조율해야 한다. 이는 유럽과 달리 직접적인 적대관계가 아닌 러시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정책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우리에게 탈원전의 여부는 제일 우선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니다. 제일 시급한 문제는 제대로 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세우는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비롯해 탄소중립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등의 노력은 보였으나 말뿐인 선언은 의미가 없다. 지금 우리 정부는 결국 본인 정부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인 노력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나는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시설부터 선정하자고 말하고 싶다. 사실 그보다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더 많은 태양광 발전을 위한 유휴공간의 활용,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조성 등 가능한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시설인 전력망 확충, 에너지저장장치 등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감히 우리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심각하게 허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어쩌면 독일과 같은 ‘급진적인 환경규제’가 우리나라에 필요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참고

한국경제 (2023). "섣부른 탈원전 독 됐다"…다시 '유럽의 병자' 전락한 독일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01750291


한국경제 (2023). '자동차 강국' 독일이 어쩌다가…'전기차' 열등생 된 이유는 [위기의 독일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018554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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