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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니엘 Dec 09. 2024

유학생 탈출 성공

석사 과정이 끝나고, 난 즉흥적으로 독일 북부로의 여행을 떠났다. 너무나도 바다가 보고 싶었다.

북해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날. 비가 내리는 함부르크의 새벽에서 독일 정신 문화의 수도, 바이마르에 빨리 가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기차에 몸을 실었다. 졸려서 꾸벅꾸벅 조는데, 저번주에 마지막 면접을 봤던 직장에서 합격했다며 연락이 왔다.


그 순간, 기차 안에서 한국을 떠나고 독일에서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이제 정말 유학생의 신분이 아니라는 점이 참으로 반가웠다.



돌이켜보면, 지난 3년은 수없이 많은 좌절과 회의, 스스로에 대한 불신, 열등감 등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이곳에서의 첫해, 학사를 시작할 땐 그 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군복을 벗은지는 이제 4년차, 한국을 떠난지 3년이 된 지금 시점에 거의 처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살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9년 간, 바다 내지는 그 근처에서 고민했다면, 이곳에서의 시간은 그 고민 끝에 결정한 길을 꽤 열심히 보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운이 좋게도, 존경할만한 스승을 비롯한 좋은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이곳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내 삶의 결정적 순간에 있었던 여러 귀인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이로부터 거의 몇 주가 지나 외국인청에선 내게 블루카드를 발급해준다고 했다. 이게 무엇이냐면, 외국인 중에서 전문직 종사자에게 유럽 대륙 (몇몇 국가를 제외하곤) 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워크퍼밋 같은 개념이다. 이 블루카드를 받고, 독일에서 2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일하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 영주권이 나온다고 한다.


즉 현실적인 측면만 따지자면, 끝없는 불확실성. 적어도 굶거나 이 나라에서 쫓겨날 일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정말로 어쩌면, 내 삶의 불확실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겠다. 얼마나 살게 될지, 혹은 살 수 있을지, 또 몇 년이 지난 후에의 삶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 계획한다고 이뤄지지 않는 게 인생인 걸 서른 정도엔 깨닫는다.


이렇게 이제 유학생의 탈출기부터, 독일 유학일기까지 모두 마무리하고자 한다. 어쩌면 해외 직장인의 일기를 적게 될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당분간은 앞으론 기후변화 관련한 기술적 해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함이 크다.


그동안 관심 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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