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독일 생활, 2년 간의 석사 과정이 끝났다.
월요일이 논문 마감 기한이었고, 같은 주 금요일 오전 8시에 이 과정을 발표하는 자리였으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금요일. 하루를 굉장히 일찍 시작했다. 게을러질 수 있다면, 무기한으로 게을러질 수 있는 난, 역시나 당면한 일이 있으면 눈이 저절로 떠지는 편이다. 다행히도 전날 빡센 하루를 보냈던 터라, 일찍 잘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내가 원한만큼 발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조금은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제 짬밥이 조금 있는지, 내가 발표하는 자료에 대해선 떨리지 않았다.
90% 이상 준비한 내용을 이야기했고, 역시 나의 걱정 아닌 걱정은 교수들에게 오는 질문이었다. 대부분 질문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이미 내가 다룬 내용에 이미 그렇게 설정한 이유에 대해 서술했으니 머릿속에도 충분히 있었다. 해석하는 교수의 입장에선 내가 조금 다르게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론 다 고려했던 사안이었다.
나의 지도교수의 질문 의도를 알아채기 어려울 때도 있었는데, 나는 아마 그런 질문일 거라 생각하고 대답했거늘, 그의 표정이 아리송할 때면, 잘못 대답했나 싶었지만, 전반적으론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질문을 어찌저찌 대답하고 있을 때.. 그 방향이 너무 수학적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어 우려하던 와중에 두 번째 교수가 본인이 다음 일정으로 가야 한다며 끊는 바람에 나의 디펜스가 마무리되었다. 나의 연구실 동료들은 사실 교수 M이 질문을 파고 들어간다는 건, 이미 채점이 끝나고 진정으로 궁금해서 묻는 것이라며 좋은 신호라고 말해주었다. 아마 시간이 더 있었으면, 다른 질문들도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게 더 좋은 신호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아무에게도 말은 안 했지만, 사실 난 그 질문 뒤에 돌아올 질문들을 더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몇 분간의 심사위원들의 심의 끝에, 난 논문을 통과하게 되었다.
지도교수 M은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난 이 동네 회사의 자리에 지원한 것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M은 이곳 연구실에 남아서 이 주제 관련해서 계속 일할 생각이 있냐는 것과, 이미 이 주제에 전문적으로 공부했으니 앞으로의 커리어를 이쪽으로 쌓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
또, 언제든지 우리 연구실에 와도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동안 함께 토의하고 작업하는 과정이 즐거웠다는 이야기 등을 나의 멘토 J와 나눴다.
사실 정말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 M에게 고맙다며, 학회지에 논문을 꼭 써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짧은 계약을 맺었다.
그러곤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던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바다와 괴테의 흔적을 찾으러.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구상해봤다.
그러고 생각해본다.
3년 전, 내가 이럴 수 있을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어쩌면 박사 과정 끝엔 더 많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인 커리어 전환을 이뤘다는 점에 대해서 자축했다. 바다가 있는 북독일로 향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