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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21. 2021

독일 도시 답사기: Trier

Trier, Augusta Treverorum

독일에서 제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자 칼 마르크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로마 시대 때 이미 8만의 인구를 자랑하던 알프스 이북의 최대도시였다고 한다. 사실 도시 인구가 지금이랑도 큰 차이가 없다.

구시가지 입구에 로마의 건축물이 있다. Porta Nigra (Black Gate). 거의 2천년의 역사. 원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중세 때부터 검은 문이라고 불렸다. 재밌는 일화라면, 나폴레옹은 트리어에 방문한 이후, 이 건축물에 관심을 보여 연구할 것을 지시했지만, 매번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였던 그가 트리어만 관심 있지는 않았을 테고, 정권은 오래가지 못했으니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한다. 트리어가 프로이센에 속하게 되고, 이 문은 비로소 지금의 역할인 구시가지의 얼굴마담이 되었다. 이처럼 독일과 프랑스 경계에는 서로 땅따먹기한 곳이 꽤 많다. 지금은 사이가 좋은 게 신기할 정도.

주변에 로마 때 온천 유적지가 많은데, 그들이 유난히 목욕을 좋아했고, 이곳에 많은 사람이 살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멀지 않은 곳에 Baden (Bath, 온천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의 명칭을 가진 도시들이 꽤 있는데, 지금도 이곳에 땅을 파면 따뜻한 온천물이 나오겠거니 싶다.

Mosel 강 쪽으로 걷기로 한다. 다리 이름도 역시 Römerbrücke, 로마 다리다. 역시 전형적인 로마 건축물. 아치형이다. 몇 번의 보수가 있긴 했지만, 2천년 가까운 세월을 견디고 다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인상 깊다.

가다가 우연히 있는 맑스의 생가에 들른다. 맑스가 어릴 때 살았던 곳이란다. 맑스 이전의 학자, 헤겔 등은 세상에 대해 이해를 하고자 하는 데 그쳤다면, 그는 이해를 넘어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는 전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했던 그의 노력은 동구권이 붕괴가 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큰 의의가 있다. 아직 우린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으니.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Glühwein을 마신다. 이곳 사람들이 이맘때쯤 마시는 뜨거운 와인. 생각보다 도수가 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럼이 들어간 듯하다. 돌아가려는데 해가 지니 더욱 아름답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인파는 더욱 붐빈다.

트리어 대성당을 지나간다. 독일 최초의 Katherdrale. 주교좌 성당. 1700년 역사의 교회라고 한다. 엄청난 역사다. 유럽에서 많은 성당을 봤지만 내부의 정원까지, 이 정도의 규모의 성당은 정말 흔치 않았다. 숱한 전쟁의 상흔 때문인지, 고대 로마시대부터 비교적 현대 양식까지. 교회 역사의 모든 발전을 되돌아볼 수 있다. 예수님이 입었던 옷이 보관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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