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er, Augusta Treverorum
독일에서 제일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자 칼 마르크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로마 시대 때 이미 8만의 인구를 자랑하던 알프스 이북의 최대도시였다고 한다. 사실 도시 인구가 지금이랑도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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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 입구에 로마의 건축물이 있다. Porta Nigra (Black Gate). 거의 2천년의 역사. 원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중세 때부터 검은 문이라고 불렸다. 재밌는 일화라면, 나폴레옹은 트리어에 방문한 이후, 이 건축물에 관심을 보여 연구할 것을 지시했지만, 매번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였던 그가 트리어만 관심 있지는 않았을 테고, 정권은 오래가지 못했으니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했다고 한다. 트리어가 프로이센에 속하게 되고, 이 문은 비로소 지금의 역할인 구시가지의 얼굴마담이 되었다. 이처럼 독일과 프랑스 경계에는 서로 땅따먹기한 곳이 꽤 많다. 지금은 사이가 좋은 게 신기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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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로마 때 온천 유적지가 많은데, 그들이 유난히 목욕을 좋아했고, 이곳에 많은 사람이 살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멀지 않은 곳에 Baden (Bath, 온천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의 명칭을 가진 도시들이 꽤 있는데, 지금도 이곳에 땅을 파면 따뜻한 온천물이 나오겠거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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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el 강 쪽으로 걷기로 한다. 다리 이름도 역시 Römerbrücke, 로마 다리다. 역시 전형적인 로마 건축물. 아치형이다. 몇 번의 보수가 있긴 했지만, 2천년 가까운 세월을 견디고 다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인상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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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우연히 있는 맑스의 생가에 들른다. 맑스가 어릴 때 살았던 곳이란다. 맑스 이전의 학자, 헤겔 등은 세상에 대해 이해를 하고자 하는 데 그쳤다면, 그는 이해를 넘어 세상을 바꾸려고 했다는 전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했던 그의 노력은 동구권이 붕괴가 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큰 의의가 있다. 아직 우린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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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마켓에서 Glühwein을 마신다. 이곳 사람들이 이맘때쯤 마시는 뜨거운 와인. 생각보다 도수가 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럼이 들어간 듯하다. 돌아가려는데 해가 지니 더욱 아름답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인파는 더욱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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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어 대성당을 지나간다. 독일 최초의 Katherdrale. 주교좌 성당. 1700년 역사의 교회라고 한다. 엄청난 역사다. 유럽에서 많은 성당을 봤지만 내부의 정원까지, 이 정도의 규모의 성당은 정말 흔치 않았다. 숱한 전쟁의 상흔 때문인지, 고대 로마시대부터 비교적 현대 양식까지. 교회 역사의 모든 발전을 되돌아볼 수 있다. 예수님이 입었던 옷이 보관된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