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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Nov 21. 2021

독일 도시 답사기: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

학교, 헬스장, 집만 반복하다 보니, 이게 독일인지 어딘지 별로 구분도 안 된다. 쳇바퀴 도는 일상. 사실 삶이란 게 매순간 흥미로울 수는 없는 일 않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고속 열차를 타고, 세시간 반 정도 되는 거리를 가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기차를 타고 일상에서 하지 못했던 글을 쓴다. 입독 이래, 처음으로 바이에른을 벗어났다. 덕분에 수업은 하나 땡땡이 쳤지만, 충분히 가치 있다.


프랑크푸르트를 간 게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 마지막은 어머니와 함께한 첫 유럽 여행이었는데, 이를 가기까지도 순탄치는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밖에서는 쉬웠던 것이 군에서는 쉬웠던 게 거의 없다. 해외여행을 승인받는 것부터, 가기까지 마음을 졸이고 졸였다.


옆에 있는 독일인에게 이 기차표로 다른 대중교통 타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단다. 덕분에 다른 표를 안 샀으니 맥주 두 잔 값을 아꼈다. 짧은 독일어로 말하니, 독일어 못하는 줄 알았는지 아주 천천히 알려준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프랑크푸르트. 유럽의 교통, 경제 중심지.

분명히 예전에 갔던 길 같은데 똑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새 상점이 많이 바뀐 것 같고, 도시의 분위기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날씨 탓일까.


길을 걷다가 허기져서 이곳저곳을 찾아보다가, Soul Food라는 간판을 보고 찾아봤는데 한국 식당이다. 알고 보니 Seoul Food였다. 짬뽕을 시켰는데 내가 아는 그 맛이 아니다. 중국집에서의 얼큰한 짬뽕맛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시내를 향해 걷다가 높은 성당 건물을 나침반 삼아 걷는다. 올 때마다 갔던 성당이다. 수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계속 있을테니. 앞으로도 찾게 될 테다. 구시가지 중심 광장에는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다. 넓었던 광장이 온갖 상점으로 가득하여 정신없다.


주독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시내에서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다. 타지에서 우리말을 들으니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주 친절하다. 행정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여권도 새로 갱신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또 재외국민 투표에 대한 정보도 알게 됐는데, 투표하고 싶으면 가까운 대사관이나 영사관으로 가야 된단다. 나로선 빈이 제일 가까운 것 같은데 투표하기 위해서 부담해야 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세 번째 방문이지만, 올 때마다 시간 여유가 없어 시내만 잠깐 훑어보고 떠난다. 그렇다고 더 오래 있고 싶거나, 유달리 뭔가 하고 싶진 않다. 그래도, 이렇게 흐린 날에도, 밤이 되니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저멀리 보이는 구시가지. 그리고 저 화려한 불빛을 보니, 독일, 크게는 유럽을 움직이는 경제의 큰손이 저기 있구나 싶다.


시내에서 공항까지는 1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큰 주요 공항이 이렇게 시내와 가까운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한국 음식도 쟁여놓는다. 어디 갈 때마다 하나둘씩 사놓으니, 먹을 음식이 줄지 않는다. 집 나온지 고작 반나절. 도시의 분주함을 보니 기가 빨려서 곯아떨어질 것 같다. 벌써 시골 사람이 다 되어버린 걸까?


살다 보면 또 올 일이 있을 법이지만 웬만하면 다시 올 일이 없으면 좋겠다. 그래도 오랜만에 콧바람 쐬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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