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2차세계대전 동부전선의 참혹하고 처절했던 전쟁을 생각하면 푸틴이 이렇게까지 영토에 대한 집착을 부리는 배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벌써 80여년 전. 히틀러와 스탈린. 두 미치광이들에게 우크라이나는 여러모로 중요한 땅이었다. 비옥함은 물론이고, 흑해를 낀 크림반도는 부동항뿐만 아니라, 각각 러시아, 유럽 대륙으로, 육지 혹은 바다로 통하는 통로였기에.. 히틀러의 참모인 만슈타인이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을 점령하고 원수로 진급한 걸 보면 그들이 이를 어찌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이 전쟁에 대해, 독일 나치의 잔혹함, 홀로코스트를 떠올리지만, 이에 못지 않은 것이 소련의 행태였다. 1933년 스탈린의 의도된 우크라이나 대기근으로 수백만이 희생됐고, 전쟁의 시작이라고 여겨지는 폴란드 침공은 독소 불가침 조약, 즉 독일과 소련이 짝짜꿍하여 폴란드를 반으로 나눠 땅따먹기를 한 결과 때문이었다. 폴란드에 이어, 프랑스를 예상외로 손쉽게 제압한 독일이 다시 동쪽으로 눈을 돌려 최후의 전쟁을 했기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소련도 전범국이 되었어야 함이 틀림없다.
뭐 어찌됐든, 이 처절한 전쟁 끝에 소련이 독일을 제압함으로써 소련은 승전국이 되었고, 그전의 모든 과오에 대한 면죄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대기근, 2차대전, 그리고 냉전이 끝나기까지, 동부유럽, 특히 우크라이나는 초토화됐다. 2차대전 중 1400만명이 희생된 이곳을 한 역사학자는 피에 젖은 땅, ‘블러드랜드’라고 불렀다.
2022년, 소련이 망한 지 자그마치 30년도 넘게 지난 오늘날, 다시 이 ‘블러드랜드’에서 전쟁이 발발했다.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미국 및 유럽은 수년 전 러시아의 크림 강제 병합 때와 마찬가지로, 말로만, 경제제재만을 한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무능함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예다. EU 의장을 비롯한 여러 정치 지도자들이 소셜 미디어로 이러쿵저러쿵 포스팅을 올릴 때마다 안타깝기만 하다. 또, UN, EU의 존재 당위성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을 느낀다.
또, 1938년, 나치가 영토 팽창의 야욕을 보이고 있을 때, 뮌헨 회담에서 체코 주데텐란트 병합을 용인하고, 폴란드 침공 전까지 평화만을 구걸하는 모습과 안타깝게도 매우 흡사하다. 대놓고 군사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방관, 비무장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유약함 덕에 한 미치광이를 제어할 힘은 그 어디에도 없어보인다.
그리고 다시 한번 느낀다. 세계는 1945년 이후의 국제질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러시아가 존재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런 지리멸렬한 정치와 악마와도 같은 지도자 때문에 결국은 제일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