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독 바다청년 Oct 18. 2021

바이에른 도시 답사기: 레겐스부르크

레겐스부르크

독일 땅을 밟은 지도 2주차. 공항에서 이곳까지 제외하곤 대중교통을 단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인구 5만이 채 안 되는 이 소도시가 갑갑했다. 그래서 주어진 일을 제쳐두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레겐스부르크. 사실 이곳도 독일을 오기 전까지는 생소했던 곳이다. 기차로 30분. 멀지 않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사는 슈트라우빙보다는 훨씬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곳곳에 아시아 음식을 파는 곳도 많다. 맥주와 고기에 물려, 일식집을 간다. 비빔밥도 판다. 라멘과 비빔밥, 사케까지.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향수를 덜어주는 맛이다. 이곳에 도착한 지 2주도 안 됐는데, 벌써 한국 음식을 찾고 있는 내가 우습다. 음식이 이토록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낀다.

또, 아시아 마트를 찾았다. 정말 없는 게 없다. 종갓집 김치는 물론이고, 고추장, 된장, 간장, 소주, 청하, 과일소주, 두부. 고춧가루, 너구리, 짜파게티 등등. 한국 음식을 엄청나게 담다가 누군가와 마주쳤는데, 한국 사람인 듯하다. 물어보지 않아도 느껴지는 뭔가가 있다. 그동안 못 마주친 우리나라 사람을 제법 많이 볼 수 있었다. 거리를 걸으면서 눈빛 교환을 한다.

이곳에도 대학이 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어진 학교라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진 않은데, 제법 학생이 많은 듯하다. 학생들이 신입생 환영 이벤트를 하는지, 도나우 강변에서 옷 벗고 난리도 아니다.

이곳에서 제일 큰 성당의 첨탑을 따라가본다. 전형적인 고딕양식의 건축물이다. 중세 때 만들어졌다. 얼마 전 불탔던 노틀담 성당 부럽지 않다.

또, 이곳도 마찬가지로 도나우 강을 끼고 있다. 따라서 역시나 로마 유적이 곳곳에 있다. 로마는 도나우 강을 중심으로 군사도시를 만들고, 국경을 지켰으니까.

이곳은 한때 독일 전역에서 쾰른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 당연하게도 바이에른의 서울이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도나우 강을 통해서 모든 무역, 상업이 이루어졌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충주와 같이 물을 끼고 있는 도시가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잘 나가다가, 산업화 이후 도로가 깔리면서 쇠퇴하게 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유럽의 관점으로 보면, 산업화뿐만 아니라, 라인-도나우의 무역이 지중해 쪽으로 중심이 넘어갔기 때문일 테다. 어찌 됐든 잘 나가던 옛 도시의 흔적을 곳곳에서 보니 매우 흥미롭다.

이곳에서 보는 도나우는 내가 사는 소도시의 그것과는 제법 다르게 느껴진다. 시골과 메인스트림의 차이랄까. 센 강 부럽지 않다. 슈트라우빙에선 볼 수 없었던 강변의 카페, 음식점도 제법 있다. 역시 한때 잘 나가던 도시여서 그런지 다르긴 다르다. 볼거리도 비교할 수 없다.

결론은 별로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나만의 Comfort Zone을 넓혀가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p/CU0koP3DwR4/?utm_medium=copy_link


매거진의 이전글 바이에른 도시 답사기: 뉘른베르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