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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Jun 08. 2022

뮌헨 여행기

현실과 이상


프랑스 친구가 뮌헨으로 온다고 하여 가기로 했다. 최초 계획은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었는데, 이태리 친구가 본인도 뮌헨 간다며 그 친구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Nymphenburg 성. 두달 전, 한국에 돌아가기 전날 하루 훑어본 이후로 처음 다시 가본다. 저번에 훑어보았을 땐, 그다지 특별한 것 없는 바이에른 왕가의 성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가보니 또 다르다. 그땐 한국을 가겠다는 마음에 모든 게 심드렁했던 듯하다.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며 다른 도시의 역사는 관심을 가졌는데, 오히려 이 동네 역사엔 무관심했단 생각이 불현듯 든다. 같은 언어라고 하기엔 꽤 다르고, 본인들의 정체성이 강한 게 그냥 잘 살고 예전부터 따로 살아서 그랬겠거니 싶었는데, 그 역사, 건축물 또한 다르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참으로 무지한데, 조금 안다고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운 순간이다.


또, 친구가 알려준 덕분에 롤링스톤즈의 공연을 올림픽 경기장 밖 공원에서 공짜로 즐겼다. 물론 시각적으론 볼 수 없었지만. 콘서트 말미가 되어서야 히트곡 Sympathy for the Devil, Paint it black, Satisfaction 등을 연주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독일 전역의 공연일정을 찾아보았는데, 에릭클랩튼, 스팅, 콜드플레이, 퀸도 있다. 제일 싼 티켓이 50유로 안팎인데, 어젯밤에만 해도 다 가고 싶다가, 오늘 일어나니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어딘가를 놀러가든, 뭘 보러가든, 굳이 돈 쓰고 혼자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나 할까. 이 조그만 시골에 몇 주간 꼼짝없이 있다보면 다시 역마살이 생길지도 모를 노릇이다.


뮌헨 사는 친구는 두달 동안 뮌헨에서 소셜라이징을 한 것보다 오늘 하루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본인은 안티소셜하다며, 본인처럼 너드한 친구가 좋다고 했던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친구 집 소파에서 자도 되냐고 물었더니, 룸메이트와 그 여자친구 눈치 보인다고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 여자친구한테 허락받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니, 제발 그러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모든 만남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운전자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졸음운전이 걱정되어 계속 옆에서 잠을 깨게 하려고 이야기해도 안 되어서, 정차하고 10분이라도 눈 붙이고 가라고 했다. 한편, 내가 대신에 깜깜한 밤에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몰아보지도 않은 스틱 차를, 맥주 1L를 마시고 졸린 상태에서 몰 뻔했는데, 결국 그 친구가 본인이 운전하겠다고 하여 꾸역꾸역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3~4년 전에 장거리 운전 많이 할 때, 아찔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직 친구는 그런 경험이 많이 없구나 싶었다. 나는 이젠 그런 모험을 하진 않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들과 나의 경험의 차이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다.


생각하기를,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와 직장인들과 이야기할 때의 고민과 대화주제가 다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예컨대, 학생들은 본인들의 당장 닥친 공부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직업 등 미래지향적이라면, 직장인들은 본인들 눈앞에 있는 과제, 그리고 미래라고 해봐야 앞으로 휴가가 주를 이룬다. 프랑스 친구는 9월부터 세달 동안 장기휴가를 내고 한국에 머물거라는 등. 이는 나이와 경험의 차이도 있겠지만, 학생과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은 아닐까. 학생은 꿈을 꿀 수 있다면, 일을 하는 사람은 꿈보다는 현실에 집중해야 하니.


오랜 기간, 현실을 살다가 다시 꿈을 꾸고 사는 듯하여 좋으면서도 현실을 잊을 수 없어 표류하는, 모순적인 내 스스로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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