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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Jun 17. 2022

너와 나, 우리

서양인과 사고방식의 차이.



옆집 사는 친구와 서로의 집을 들락날락하는 일이 잦았는데, 몇 달 전만 해도 그 친구 집에 가면 밖에 꺼내져 있는 과일을 하나씩 먹곤 했다. 어느 날, 공개적으로 본인이 매번 내게 음식도 주고, 과일도 준다고 비난 비스무리하게 이야기했다. 그리하여 너만 나한테 주는 거 아니다, 나도 너한테 준다고 하니, 누가 더 많이 주냐고 이야기한다. 내 귤, 내 바나나, 네 것, 내 것 하는 모습에 꽤 실망스러웠다. 그때 이후로 나는 그 친구 방의 가는 빈도를 줄이고, 일부러 밥도 몇 번 더 해줬다. 언제까지 네 것, 내 것 하는지 보려고.


최근에, 네 것 내 것 또 하길래, 너는 맨날 네 것, 내 것 한다며, ‘우리’라는 개념을 이야기해봤다. 그러니 ‘내 계좌, 내 차, 내 자전거’가 네 것이냐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얘는 마음이 넓은 것 같다가도 쪼잔할 때가 있다고 답하니, 급발진한다.


며칠 전, 집에 수박이 남아 있어 친구에게 먹으러 오라고 했다. 친구는 몇 차례 사양하다가 집으로 왔다. 한참 먹다가 ‘우리’ 수박이란다. 그래서 ‘그래, 우리 수박’이라고 답했다. 그것엔 참으로 많은 의미가 있었다.


한번은 이런 사고방식에 대한 차이를 이야기했는데 친구 본인도 나의 사고방식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는 반년 후에 일본을 가게 될텐데, 일본은 동양이라도 한국과 다르겠지 싶다. 또, 그가 설사 한국을 가게 되더라도 나처럼 별난 한국인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서양인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곳에 살면서 그들과 우리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배 탈 때, 함장님은 내게 매번 개인주의라며, 휴일에 뭐하냐며, 종종 번개로 부르곤 했다. 그땐 그게 참 싫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내가 제일 개인주의적인 인간이었는데 이곳에 서는 역설적이게도 내가 제일 공동체 의식을 강조하는 극단에 있다는 걸 느낀다.


그런 한편, 한국에선 종종 내가 밥을 사기도 하고, 얻어먹기도 하는 일이 잦았다면 이곳에선 철저하게 본인이 시킨 건 본인이 내기에 그런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는 그 당시에 내가 돈을 벌었고, 지금은 쪼들리기에 바뀐 것일 수도 있지만, 이곳에 오고 이젠 그런 것이 낯설지 않은 것이, 이젠 나 또한 이런 사고방식에 점점 동화되었구나 싶다.


그래도 가끔은 ‘우리’의 정서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식사를 초대하게 되면, 돈 십만원 나오더라도, 이에 대한 비용을 그들에게 받지 않았다. 그런 나의 행동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스며들지 않았을까. 이런 게 정이라면 그런 거겠지. 미운 정, 고운 정 많이 들었는데, 떠나는 날짜가 정해지니 참으로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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