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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독 바다청년 Jan 26. 2022

각국 청년들의 다른 국제적 인식

벌써 10년이 넘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이 엄청난 타격을 입은 것이. 그리스는 물론이고, 스페인, 이태리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사실 유럽연합을 만들고, 유로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이태리 내에서는 ‘우리는 더 잘 살게 될거야.’라고 이야기했다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밀라노 출신하고 다른 동네 출신하고 입장이 또 다르다. 뭐 나는 유럽연합 만들고 제일 좋은 건 독일이라고 했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독일이 경제 식민지 만든 꼴이라고 했다. 물론 독일은 훌륭한 나라지만, 덧붙이면서.. 뭐 굳이 내가 독일 편 들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나저나 본인들도 자기들이 독일인보다 게으르고 일 못하는 건 인정한다.


그 와중에 영국에서 공부하고 온 독일인은 영국인들은 브렉시트에 대해 굉장히 후회한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느끼기엔, 그는 독일엔 정말 짧게 살고 영국에 더 오래 산 반쪽 독일인이지만, 이럴 땐 철저히 독일인처럼 느껴진다. 자국의 역사를 지독히도 드러내지 않는 독일인들은 그러면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애국심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한 건 어쩌면,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긴 하지만, 한 번도 국토가 유린되지 않은 자랑스러운 이 나라가 유럽연합이라는 해괴한 시스템에서, 독일의 조종 받는 게 싫다는 국민적 정서가 지극히 반영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프랑스는 모두가 싫어한다. 사실 이태리 애들은 독일도 재수 없다고 싫어하는데 독일에 왔으니 그런 감정은 덜 내색하는 듯하고, 무엇보다도 개중에 독일을 좋아하는 애들이니까 여길 온 것일 텐데, 프랑스는 정말 싫어한다. 재밌는 건 여기에서 프랑스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는 사실. 프랑스도 지독히 독일을 싫어하는구나 싶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은 어떻게 만들었나 싶다.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미국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뭐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둘 다 서양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라는 사회가 유럽이랑은 또 워낙 다른지라, 그들은 좋아하진 않는다. 어느정도 예상한 바다. 미국이 좋았으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지, 왜 독일에 왔겠는가. 뭐 학비가 없으니까 그럴 순 있겠다. 자본주의의 끝판왕.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라고 혀를 찬다. 그러면서도 모두 팝 음악에 경도되고, 누가 이쁘니 마니 하는 건 어찌보면 모순적이다.


한창 러시아가 시끄러운지라 그 이야기도 안 할 수는 없다. 지금 생각하건대, 아무래도 서구의 교육을 받은 이들은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집착하는 이유, 1~2차 세계대전의 역사나 뭐 이런 것들에 대해 러시아의 입장을 생각하는 건 그들에게 너무나도 이질적인 것이었을까. 나또한 한 번도 러시아에 가보지 않았고, 평생 말 한번 해보진 않았지만, 오랜 역사에서 그들이 남쪽, 혹은 서쪽으로 팽창하려고 했고, 그것이 그들의 국익과 연결된다는 것 정도는 잘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전반적인 서양인들의 무지가,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러시아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꼭 다 역사를 잘 알아야 되는 건 아니지만, 서양인들이 오히려 본인들 세계에 갇혀 더 큰 그림을 못 보는듯하다. 아마도 세계의 중심이라는 건 예전처럼 정해져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꼭 중국이 미국과 겨룬다는 느낌보다는, 더 다양성이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되겠는가. 아니 그래야만 하니까.


결론이라면.. 그동안은 군대에서는 국제관계, 힘의 역학 관계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젠 이 지구를 어떻게 살려볼 건지 고민해야될텐데, 쉽지 않다. 세상은 어쩌면 망할 때까지도 이렇게 치고 박고 싸울 듯하다. 그리고 망해가는 와중에서도 지들끼리 밥그릇 싸움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생각하면 우울하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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