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커플은 양쪽이 이중언어자가 아닌 이상 공용어를 정하게 된다.
나와 미국인 아내는 서로의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해 왔고, 초반에 비해 지금은 의사소통이 더 원활하게 잘 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내와의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해서 그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다른 영어 사용자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영어실력 향상과 더불어 아내가 나의 영어 수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이다.
여자친구였던 아내는 한국에서 7년 정도의 생활을 마치고 나와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아기를 낳기 전부터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할지 전략과 계획이 있었으면 좋았겠으나 국제결혼 가정인데 당연히 둘 다 잘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다.
한국어가 꽤 느린 아이를 보며 이중언어에 대한 전략과 계획이 필요함을 느꼈다.
많은 사례와 전문가들에 대한 조언을 살펴보았고 대표적인 2가지 조언은 아래와 같다.
1. 모국어는 외국어의 기반이 되므로 먼저 잘 형성되도록 교육해야 된다.
2. 이중언어를 빨리 할수록 좋고 이중언어를 함으로써 모국어가 방해를 받는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1번 조언은 특히 한국인 부부가정이 행하기에 크게 리스크가 없다.
부모의 어설픈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모국어에 집중하고 인풋을 늘리는 나름 일리 있는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조언을 사람들이 국제결혼 가정에게는 교묘히 다르게 적용한다.
외국인 부모(특히 이주여성)의 언어로 인해 아이 한국어 습득에 방해가 된다.
아이의 현지어인 한국어가 잘 형성되도록 외국인 부모도 한국어를 사용해야 된다로 변질이 된다.
한국에 있는 국제결혼 가정에 종류는 아래와 같다.
- 한국보다 선진국이라고 여겨지는 나라 출신의 "글로벌 가정"
- 한국보다 영향력이 적은 나라 출신의 "다문화 가정"
"글로벌 가정"의 외국인 배우자 언어는 알아야 할 중요한 언어로 인식이 된다.
가령 아이의 한국어가 느려도 꾸준히 양쪽을 가르치려고 노력을 하며, 특히 외국인 부모의 언어가 영어일 경우는 한국인 배우자와 그 배우자의 가족에게도 큰 응원을 받으며 교육을 시키게 된다.
아이와 외국인 부모 간의 좀 더 원활할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며 부모의 문화의 전수가 이루어져 외국인 부모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건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자라날 확률이 높다.
"다문화 가정"의 외국인 배우자 언어는 아이의 한국어 성장에 대한 장애물로 인식이 된다.
아이에게는 "진짜 한국인"이 되기 위해 한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조가 많고 외국인 부모에게는 한국어 교육을 해주어서 한국에 적응을 하는데 초점을 주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의 큰 비중을 두는 동남아 출신 이민자의 언어는 집안에서 금기시되고 배우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들고 일어서서 반대하며 막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이중언어에 대한 노력은 이민자 한 명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배우자 그리고 그 배우자의 가족의 크나큰 지지가 필요하다.
표면적으로는 아이들의 한국어 배움을 늦춘다는 데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경제 논리가 작동한다.
그 언어를 배워서 아이가 한국사회에서 차별을 당할 거라는 의식이 있으며 나중 사회에 나가서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필리핀 여성이 영어를 사용하면 환영받지만 따갈로그어는 사용 못하게 막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GDP가 낮고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나라 출신 부모 말을 배울 기회를 잃게 되며, 이것은 이민자 부모와 자녀 간의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만일 본인이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자녀가 엄마 또는 아빠가 프랑스인이었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보면 된다.
이렇게 이민자 부모의 언어 사용을 집에서도 금지함으로 아이는 이민자 부모를 수치스렇게 생각하기도 하며, 그 나라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사용하는 배우자에게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어(현지어)를 쓰도록 강요한다면, 아이들이 한국어(현지어)를 배우는데 얼마만큼 도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