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가 피운 서러운 존재의 말
떨어진다 능소화가
그 찬란한 붉은빛은
잠시 세상을 비췄고
서러움을 피우기 위해
줄기를 타고 잎을 열고
마침내 얼굴을 들었다
그런 침묵의 시선이
너의 소리 없는 외침이란 걸
비로소 땅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처참히 밟혀진 뒤에야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너의 존재 이유였단 걸
난 한동안 시선을 멈추고 말았다
* 공저시집 《첫 시와 바람 났네》.. 에
수록된 시
*2부.붉은 기억으로 연결됩니다.
사소한 음에도 바람이 스칩니다. 말보다 느린 손끝으로 오늘을 꿰어 씁니다. 작은 순간이 시가 되는, 바람을 따라 쓰는 사람, 정써니 입니다. 공저시집《첫 시와 바람 났네》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