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햇살씨 Oct 19. 2021

날마다 외출을 꿈꾸는 S

 날마다 외출을 꿈꾼다.


심한 날은 쉬는 시간마다 와서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외출을 시켜달라고 조른다.

1학기엔 날마다 배 아프다고  어설픈 연기를 펼치며 조퇴시켜달라고 하더니, 이것이 씨알도 먹히지 않자, 이제는 조퇴보다는 조금 약한 '외출'에 목숨을 걸어보기로 했다보다.

조퇴, 외출시켜달라는 사유는 다양하다.



저희집에 경조사가 있어서요.



무슨 경조사?



금붕어가 알을 낳았어요.




그래. 축하한다.
하지만 조퇴는 안 된다.




이런 날은 그래도 깜찍하다. 장난 한 번 쳐주고 나면 그만.

그제는 수학샘께 수학시간 내내 유치원생처럼 이렇게 말했단다.



쌤!
저,,00가 아파서 
집에 가야겠어요!





아. 맙소사. 열다섯 먹은 사춘기 남자아이라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야 하나, 장난이 심하니 혼을 내야하나.

이것을 나에게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였을까. 다행히(?)도 나에게는 오지 않고 수학샘을 한시간 동안 괴롭힌 것으로 끝났다.

다음날은,


바지에 오줌이 묻어서 
집에 가서 바지 갈아입고 올게요.



허헛.
이런 말에도 대꾸를 해야하나 싶었으나,


그만 하자.
애처럼 굴지 말고.
안 되는 건 네가 더 잘 알잖아?
집에 그렇게 가고 싶으면  
지금 엄마께 전화 드려보든지.



짜증이 가득찬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더니, 복도로 나가서 욕을 한다. (대놓고 욕을 하지 않았음에 고마워해야 하나...)


아이, 씨X
옷이 젖었다는데 
집에를 못 가게 해!!!



그리고 오늘은, 체육복 바지를 입고 교복바지를 들고 와서 또 말한다.


바지가 뜯어져서 
집에 가서 
바지 갈아입고 와야 해요.



그냥 체육복 입고 있어.
바지는 수선 하고.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며 다른 반 교실 문을 쾅쾅 치며 교실로 돌아가더니,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는지 두 시간 후에 또 와서 말한다.



여기 좀 보시라고요.
바지 단이 터졌다고요!



또 맙소사다.
엉덩이나 주요부위가 터지기라도 했는 줄 알았는데, 발목 끝부분이 살짝 터졌다. 휴----한숨이 나왔으나 꾹 눌러 참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어디 보자.
사진 좀 찍자!


그랬더니 다리를 들어올려 사진찍기 좋게 내민다.

아이구.



뜯어졌군요?!
엄마한테 이 사진 보내드리고,
꼭 수선해주시라고 할게.
알겠쮜? (우쮸쮸)



유치원생 대하듯  이야기 하니, 군말없이, 
정말. 
거짓말처럼. 아무말 없이 돌아갔다.


뜨----악!




S에게는 엄하고 무서운게 통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걸 바랬던 거였나보다. 진짜?!!!


내일부터 작전 변경이다.


S는 유치원생 대하듯 하라.



이 작전은 부디, 성공하길.


이전 04화 열다섯의 '사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