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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where Oct 23. 2024

파리 새벽 단상

가을 여행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새소리다.

밖은 아직 깜깜하고 새벽의 도시를 달리는 차소리가 여전한데 저렇게 명징하게 어둠 속에서 노래하는 새가 있다.

새벽이면 노래하는 새들.

8인용 게스트하우스 침대를 나와 공용로비에 앉아 책을 읽는 이 시간, 거의 모든 여행자들은 잠들어 있고 새벽길을 재촉하는 한 여행자만이 짐을 꾸려 나간다.

10월의 파리는 아침이 늦다. 거의 8시가 넘어야 밝아진다.

아침 산책을 하려 했는데 그냥 포기하고 이른 아침을 먹기로 한다.


여행길에 가져온 책을 읽으니 저자의 인생을 관통하며 그의 영혼에 큰 구멍을 내어버렸던 슬픔이 이제 사소로운 일상의 걱정들로 메워지고 있음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내용이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으니 영원한 기쁨이나 영원한 슬픔도 없다. 그저 영원한 것은 매일 같이 다가오는 일상이라고나 할까. 그 일상도 우리 인생 어느 시점에선 멈춘다. 우리가 영원하지 못 한 존재라서 그렇다.

모든 현재들은 늘 현존할 것이다.

그 현재를 통과하는 개인들만이 다양한 일로 사라질 뿐이다.


14시간을 날아오며 몸이 피곤한 만큼 내 여행에 대해 죄책감이 느껴졌다. 떠나기 전날 내가 없는 동안 냉장고를 지켜줄 반찬과 국들을 끓이고 약간의 김치를 담는 등 결국 짐은 밤 10시가 넘어야 싸기 시작할 수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자고 나와서 비행기를 탔는데도 잠은 자지 못한다. 늘 그렇듯이ᆢ

여행은 기쁘고 좋은 것인데 왜 떠날 때는 이렇게 맘이 무거울까. 그리고 늘 이제는 그만 다니자는 결심을 할까.


나이 들어 여행하면서는 늘 이런 갈등이 생긴다.

내가 떠나온 현실의 부재를 상쇄시켜 줄 만큼 여행이 의미가 있을 것인가. 너무 무겁게 자란 세대라 그런가.


도착하면 많이 어두울 것이고 피곤할 테니 숙소까지 택시를 타자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생각보다 밝아 새로운 힘이 생긴다.

잽싸게 움직이며 터미널 간 이동을 하고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광역전철을 탄다. 퇴근시간이라 만원이 되어가는 속에 트렁크가 이리저리 밀리며 땀이 삐질 삐질 난다.

노트르담 역에서 내려 센강을 따라 천천히 걸어오며 노상 푸드천막에서 빵을 샀다.

이제 다 어두워졌지만 10 월의 저녁바람이 시원히 불어온다.


파리의 가을을 보자고 기어이 또 왔구나.

이곳에서의 현실 속에 또 현존해 보자 ᆢ


아침 생루이섬을 걸어ᆢ

Grenelle 다리에서 바라본 에펠

미라보 다리 가기 전  샌드위치로 점심

미라보 다리ᆢ기어이 왔다.

미라보 다리 건너 거리가 너무 좋아서 ᆢ저 카페

30번 버스타고 내려오다가 사람만 다니는 Debilly 다리에서 본 에펠

Rue Reaumur 역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와서 모히또 한 잔

모히또 기운으로 걷다가 예뻐서

숙소 가는 길 ᆢ생 루이섬 센강 내려 가는 길

공사중인 노트르담 사원뒤로 노을

숙소 근처 슐리다리에서 본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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