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where Nov 28. 2024

눈이 내려ᆢ

펑펑

하얀 눈이 쌓인 언덕이 보이는 커피집을 들어왔는데 이제 창밖은 어둠이다.

첫새벽부터 펑펑 눈을 쏟던 11월의 끝자락 하루가 이렇게 끝나가나 보다.

왜 눈이 온다고 오늘은 모든 게 달라진 것 같을까.

약속을 취소하고 반나절을 창밖의 눈을 바라보며 책을 읽다 말다 하고 점심 먹고서는 동네 천변을 나와서 걸었다.

웬만하면 집에 있으라고 계속 들어오는 관청 메시지들을 보면서도, 이미 구청에서 출입금지 띠를 두른 계단들을 더듬거리며 내려가 기어이 눈 속으로 걸어간다.


세상이 하얘진다는 것.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는 것.

최근 읽은 한강 소설에서 질리도록 눈의 밀도에 대해 묘사하는 것을 봤다. 한강의 소설에 내리는 눈보다 훨씬 가볍고 환한 눈이 내린다.


 나무 위의 눈을 흔들며 눈장난을 치는 하굣길의 중학생들도 오랜만에 봤다.

아직도 그 애들이 이렇게나 눈을 즐거워한다는 사실이나, 그렇게 해맑아 보이는 아이들의 입에서 너무나 자연스레 욕이 나오는 것도 놀라웠다. 그들이 입에 머금은 비속어는 눈보다도 가벼웠다.


혼자 눈꽃나무속 길을 가던 한 초등학생은 계속 눈을 손으로 두둑이 만들며 갔다. 그 아이를 따라가며 나도 마음속으로 눈을 굴렸다.

돌아갈 길을 걱정하면서도 계속 걸어와서  이제 어두워졌다.

퇴근길의 차들은 더듬더듬 짚어 가려나ᆢ

나는 어찌 어두워진 천변 눈길을 걸어 돌아갈꺼나.


눈이 온다고 이리 달라지나. 세상이ᆢ내 마음이ᆢ

하도 눈이 퍼부어 아무것도 안 하고 멈추어 있어야 할 것 같은 날을, 멈춘 채로 보냈다.

이렇게 눈이 펑펑 내렸는데도 아직 12월이 되지도 않았고 겨울이 통채로 남아있어 기 ᆢ쁘ᆢ다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