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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where
Dec 14. 2024
저렇게 부르는 징글벨은 처음 듣는다. 나지막한 늙은 남자의 목소리로 아주 천천히 부른다. 징글벨을…
크리스마스는 저 남자의 목소리만큼이나 실감 나지도 않지만 기어서 기어서 오는 것 같다.
어젯밤에 문득 아파트 입구에서 빨간 불로 장식해 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진 찍었다.
기념할 것도 아니고 예술적으로 보존할 것도 아닌 그냥 쓸데없는 짓이다. 그래도 그냥 멈춰 서서 한 컷 찍는다.
사진은 실제 빨간색을 담지도 못한다. 틔미한 붉은색의 문이 담겨있다.
남편은 요 며칠 매일 국회로 출근 중이다. 옷을 두 겹 세 겹 입고 출전하듯이 나간다.
평소 정치를 소란스러운 설왕설래 정도로 여기는 나도 요즘은 유튜브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80년대에 광주에서 대학을 다닌 나는 보수에 거의 본능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본능 때문에 때로 나는 더 정치에 함구한다.
포고령을 읽던 나는 아무 여과 없이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욕을 들었다. 미친 x이란 말이 그냥 흘러나왔다.
그리고 평소 싫어했던 그의 얼굴이 광인의 얼굴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에 이어지는 무성한 이야기들….
오늘 새벽에 문득 기도하면서 눈물이 났다.
이 나라를 불쌍히 여겨주시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누군가의 피로 이루어진 이 처절한 역사.
그 흘린 피가 제발 누군가를 저주하고 미워하고 서로를 나누는데 쓰이지 않고 서로를 품고 사랑하며 존중하는 따스한 나라로 세우는 피가 되기를 기도드렸다.
예수의 피가 그러하듯이….
징글벨 징글벨 징글올드웨이….
어려서 내가 들린 대로 외워 부르던 징글벨 가사다. 무슨 노래든 따라 부르기 좋아했던 나는 뜻을 알 수 없는 저 노래를 들리는 대로 따라 불렀다.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도 징글벨이 뭔 뜻인지 모르는 것 같다. 알았다가 또 잊어버렸나? 벨이 징글징글 울린다는 소린가?
내가 첫 발령을 받아 겨울을 나던 외로운 섬에서 바람 부는 12월의 어둔 밤에 눈물 흘리며 듣던 캐럴은 수와진( 기억이 희미하다.. 맞나? 남자 듀엣)이 부르던 <오 홀리 나잇>이었다. 그때는 교회도 다니지 않았다. 그 섬의 광포한 겨울바람이 매서웠고 그 밤들이 너무 춥고 외로워서 울었었다.
실제 불을 땔 수 없는 섬 주민의 창고방에 살았다. 큰 멍석이 말린 채로 천장에 매달려있던 창고안에 있던 방.
아직도 나는 언덕 높이 있는 잊혀진 자취방에 찾아들어가는 꿈을 꾼다. 그곳이 내가 사는 곳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찾아가는 꿈을 마치 오랫동안 수능 꿈을 꾸듯이 꾼다. 그런 꿈을 꾸는 무의식의 기저는 나도 모르겠다.
아직도 춥고 바람 부는 자취방 한 칸이 내 영혼 깊은 곳에 있는걸까.
나는 아마 오늘도 여의도로 출전하는 남편한테 장갑이나 목도리를 챙겨줄 것이다.
혹은 따라 나가려나…. 누군가 선결제해놨다는 커피 한잔 얻어 마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