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오래된 변비 이야기
은근히 사람 죽이는 변비
“나는 똥을 잘하믄 일주일에 한 번, 어떤 때는 보름씩이나 못 싼다니께~ 이놈에 변비는 언제까지 가려는 건지~ 원~ 생각을 해봐라. 먹는 건 여전히 삼시세끼 잘 먹으면서 똥을 못 싸니 늘 아랫배가 무지륵하니 빵빵해서는 얼마나 불편하것는가. 곧 나올 거 같아서 화장실에 가두, 겨우 애쓰다가 한참만에 나오는 것이 똑, 토끼 똥 만 한 거 두어 개 나오믄 끝이니께~ 먹는 건 남들처럼 먹는디 어째 그러는지 모르것어~ 느이는 경험 안 해봐서 모르지? 변비가 병두 아닌 것이 은근히 사람 죽이는 거라니께~”
엄마는 변비가 심하다고 했다. 항상 자신이 대수롭지 않은 변비로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강조했다. 변비약이 엄마의 약서랍에 항상 들어있었고, 변비에 좋다는 유산균 음료가 처음 텔레비전에 광고를 하며 나왔을 때부터 엄마는 그것을 먹기 시작했다. 엄마를 위해 아버지가 사들고 오는 유산균 음료는 우리에게 음료가 아니라 엄마 변비를 위한 약이었다. 그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냉장고에 가지런히 들어있었다.
한 가지를 오래 먹으면 내성이 생겨서 듣지 않는다면서 사과 맛에서 딸기 맛, 포도 맛으로 바뀌다가 나중에는 a회사 제품에서 b회사 제품으로 골고루 바꿔가며 먹었다. 그러다 최근에 캡슐로 된 유산균제가 나오면서 그것으로 대체되었다. 엄마 변비치료제의 변천사는 다양하고도 오래된 셈이다.
식구들 중 누구도 변비를 경험하지 못한 우리들은 엄마의 생생한 이야기로 변비의 고통을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변기가 막히는 사건이 생겼다.
화장실에 들어간 엄마가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동생이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엄마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도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걱정이 되어 문을 열었더니 엄마가 세탁소에서 주는 철사 옷걸이를 길게 펴서 변기를 쑤시고 있었다. 똥 싼 거밖에 없는데 변기가 막혔다는 거였다.
"내가 한다니께~ 왜들 이렇게 난리라니.."
엄마는 한사코 우리들을 내보내려 했다. 동생이 변기 뚫는 도구를 가지고 들어갔다.
"언니, 이리 좀 와봐~!!"
동생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는 변기가 뚫리면서 내용물이 역류를 했는지 커다란 바나나만큼이나 단단하고 실한 똥이 올라와 있었다. 변기가 막히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와~ 이거 엄마 똥이야? 나는 이렇게 굵고 실한 똥은 진짜 첨 봐!!"
동생은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신기하다는 듯 변기 안을 들여다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엄마는 우물쭈물 말을 돌리며 인정하지 않으려 할 때나,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짓는 특유의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 변기 좀 막힌 거 가지구 왜들 난리라니~! 똥 싼 거 첨 본다니? 참~~"
막힌 변기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주방에서 커피물을 끓이던 동생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식탁에 앉아있는 내게 말했다.
"엄마는 참 이상해~ 노인네 똥이 저 정도라는 건 건강하다는 거 아녀? 그럼 자랑할 일이지 그게 감추고 부끄러워할 일이냐구, 오늘 하고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것두 저런 식으로 변기가 막혀서 그랬던 거야. 저 철사 옷걸이두 엄마가 만들어 논거거든, 내가 저거 뭐냐구 버리자구 해두 쓸데가 있다구 못 버리게 하더니 그게 그동안 엄마가 변기 뚫는 용도로 썼던 거야. 기가 막혀서... 엄마 평생 변비라고 안 그랬어? 빠르면 열흘에 한 번, 심할 땐 보름도 넘겨서 화장실에 간다구, 맨날 토끼똥만 한 거 몇 개 나오믄 그게 다라구, 그러지 않았냐구. 그래서 아버지가 변비에 좋다는 건 다 구해오구 그랬잖어? 그 없는 살림에 비싼 파스퇴르 요구르트도 항상 냉장고에 있었구~. 근데 세상에~ 토끼똥은 고사하고 변기가 막힐 정도로 실한 똥을 싸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 근데 엄마는 왜 자기는 평생 변비라구 엊그제 까지두 그랬을까?.... "
나만큼은 엄마에 대해서 모르는 동생이다. 그래서 엄마는 동생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