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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내 Jun 07. 2020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작! 워홀러의 삶이 시작되다

호주 워홀러의 첫 시작은 시드니에서!

나의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되었다.

언니가 사준 빨간 배낭을 메고 엄마가 사준 노트북도 가방에 꼭 넣고는 일본 갈 때 가져갔었던 내 몸만 한 슈트케이스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처음 일본으로 떠날 때의 그 마음처럼 두 번째 여행을 떠나는 이 날도 처음만큼 꽤나 떨렸다. 특히 두 번째 떠나는 호주로 향하는 그 날에는 마냥 신나는 설렘이 아닌 걱정 어린 떨림이었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이미 살 곳도 정해져 있었고 일자리도 정해져 있는 상태였지만 이번 호주의 워킹홀리데이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알아서 해야 하는 조금 막막한 상태여서 그랬을까- 호주로 떠나는 그 날 비행기에서 내가 끄적거린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 잘할 수 있겠지..?"


이번 비행은 꽤나 길었다. 홍콩까지 거쳐서 경유하는 비행이었던지라 열 시간은 족히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두 시간 남짓 걸려서 떠나는 일본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렇게 열 시간을 날아서 지구 반대편 지구 밑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시월의 어느 날 시드니, 남반구는 계절이 반대라는 말은 들었는데 이렇게나 따뜻한 시월이라니! 정말 시드니의 시월은 따뜻했다. 내가 도착했던 날도 따뜻한 햇살이 잔뜩 내려쬐고 있었다. 처음 도착해서는 머물 집이 없어서 같이 갔던 오빠들이 간다는 게스트하우스를 쫄래쫄래 쫓아가서는 며칠을 지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후줄근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 대충 짐을 풀어놓고 배낭만 딸랑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지만 그냥 일단 걷고 싶었다.  


걷기 딱 좋았던 달링하버의 공원:)


처음 그 나라에 도착하면 그 공항에서부터 오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 나라만의 공기 냄새라고나 할까? 분위기라고 할까?

이제 매일 새로운 나라를 여행하기에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찌릿하고 느껴지는 그 느낌을 통해 알 수 있다. 아 이 나라는 나와는 맞을 것 같다!라는 그런 느낌이- 

호주도 그랬다. 내가 처음 도착한 그 날 따뜻한 햇살이 내려쬐는 공항을 바라보며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첫 만남부터 뭔가 나와 잘 통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바로 뛰쳐나왔던 것 같다. 그 느낌을 더 진-하게 느껴보고 싶어서-


호주의 태양은 정말이지 엄청나게 뜨거웠다. 피부암 발생 1위 국가답게 내려쬐는 햇살의 뜨거움이 정말 내 피부 속까지 관통하는 것 같았다. 싸구려 선글라스라도 가져오길 잘했다! 며 신나게 거리를 활보했다. 지금도 물론 낯선 곳을 걷는 그 느낌을 참 좋아하긴 하지만 요새는 낯선 곳을 걸으면 조금 무서운 마음이 있다. 혹여나 길을 잃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감이. 근데 그때는 그런 불안감 따위 없었던 것 같다. 겁도 없이 처음 온 낯선 나라에서 그냥 걷고 싶다며 밖으로 뛰쳐나갔던걸 보면- 


참 유용했던 싸구려 선글라스.. 그리고 늘 들고다녔던 빨강 배낭까지!


그냥 그 자유로운 바이브가 좋았다. 걷다가 올려다보면 정말 구름 한 점이 없는 새파란 하늘이 날 바라보고 있었고 걷던 도보를 몇 블록을 건너면 커다란 공원들이 주변에 참 많았다. 그 공원 잔디에 누워서 책을 읽는 친구들을 보니 괜히 평화로운 주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도 털썩 앉고 싶었지만 호주의 그 자유로운 언니들처럼 잔디에 풀썩 앉지는 못하고 근처의 벤치로 자리를 잡아 앉았다. 벤치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시드니를 그 순간 만끽했다.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밝은 표정의 사람들까지- 뭐 하나 조금도 빠질 게 없는 정말 퍼펙트하다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시드니는 정말 퍼펙트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시드니에 향하던 날 비행기에서 썼던 '나 잘할 수 있겠지..?' 하는 걱정이 담긴 나의 일기장 다음 페이지엔 '시드니 유 쏘 뷰티풀!'이라고 적혔다. 그리고는 '나는 정말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라는 나의 마지막 멘트까지 마음을 담아서 꾹꾹 눌러썼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내 청춘을 보낼 1년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두근두근 해졌다. 


시드니 그리고 호주와 함께 할 1년은 어떤 스토리로 채워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걱정을 할 시간에 지금 이 순간 나를 보며 파랗게 빛나고 있는 이 하늘을 그리고 따뜻한 햇살을 충분히 만끽하며 살기로 했다. 다시 오지 않을 이 소중한 시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을 테니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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