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든다는 것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았다.
눈이 뻑뻑하고 뜨기 힘들 만큼 눈꺼풀이 무거운데, 정신은 너무나 말짱했다.
잠자리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들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가?
억지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억누르며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은 올리 없다.
벌써 밖이 슬금슬금 밝아지기 시작한다.
아... 오늘도 또 망했어!
잠들기를 포기하고 맘을 비울 때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나이를 든다는 것은 그랬다.
나도 모르는 사이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은 날들이 하루씩 늘어간다.
몸을 피곤하게 하면 깊은 잠을 좀 잘 수 있을까 싶어
유산소와 근력운동이 복합된 과격한 운동을 해봤지만,
역시나 자려고 누운 나는 점점 더 맑아지는 정신과 한없이 늘어지는 육체 사이에서 갈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불면증
수면을 이루지 못하는 일
자려고 누웠지만, 무거워진 눈꺼풀을 자꾸 들어 올리고 싶다.
까무룩- 잠에 빠져들 듯싶은 그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나 스스로 잠을 깨운다.
자고 싶지만 잘 수 없는 병.
피곤 하지만 쉴 수 없는 병.
창밖의 눈부시던 가로등 불빛이 밝아지는 하늘빛에 희미해질 무렵, 눈물이 흐를 만큼 시린 눈의 나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누워 억지로 잠을 청한다.
내일은 또 힘든 하루가 될 것이다. 잠을 못 잔 다음날은 언제나 그렇듯 잔뜩 물먹은 솜처럼 온몸이 무겁고, 때론 솜사탕처럼 가벼워 휙 날아가버릴 것 같아지니까.
나는 이제 더 이상 억지로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때론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마치 내가 불면증을 이기고 잠에 금방 빠지는 일처럼....
그저 물 흐르듯 달라진 현실을 따라 느긋하게 흘러가기로 했다.
바꿀 수 없는 일에 노력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이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의 밤은 낮보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