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기억될 우리의 긴 여행을 마무리하며...
한 달간의 여행의 마지막 해가 떠올랐다.
라운지로 내려가 와플을 구워 과일을 잔뜩 올리고, 커피를 따라 해가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컨티넨탈 조식을 먹었다. 매일 아침 무슨 반찬을 만들까 고민없이, 와플이나 토스트를 굽고 과일과 커피한잔을 마시는 여행자의 생활도 이젠 끝이구나... 왠지 아쉬워 평소보다 오랜시간에 걸쳐 아침식사를 했다.
우리가 괌에서 캘리포니아로 날아오던 날처럼 오늘도 24시간이 아닌 36시간의 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며, 그동안 아껴두었던 곳, 코로나도 아일랜드를 향해 차를 몰았다.
오늘도 더할나위 없이 날씨가 좋다.
여행중 내내 날씨가 좋았지만, 오늘은 유독 반짝이는 햇살이, 파란 하늘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길게 뻗은 다리를 신나게 달려가는데, 저 멀리 다리 건너편에 코로나도 아일랜드가 보인다.
물감을 풀어놓은듯 파란 바다에 하얀 요트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을 보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의 특별한 하루가 될 서부여행의 마지막날을 이곳에서 멋지게 보내며 마무리하고 싶다
코로나도 아일랜드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호텔 델 코로나도이다.
캘리포니아에서 1888년에 지어진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로, 1977년 국가 역사 문화재로 지정기도 한 최고급 리조트이다. 전체 건물이 나무로만 지어진 목조건물로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큰 해변 리조트라고 한다.
하얀 건물에 빨간 지붕을 한 아름다고 고풍스러운 리조트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예쁜 정원을 가진 고급 주택단지를 지나, 바닷가로 나왔다.
우린 멋진 보트가 쭉 늘어서 있던 경치좋은 시푸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바다를 끼고있는 아름다운 테라스가 유독 멋져보였다.
다행히 테라스석에 자리가 있었고, 우린 피시 앤 칩과 스캘럽요리를 시키고 멋진 바다를 감상했다.
괌에서 늘 보던 열대의 옥색빛 바다와는 다른 검푸른 시원한 바다가 색다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완벽한 날씨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끈적하지 않고 보드랍기만 하다.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 이 멋진 곳에서, 완벽한 날씨를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이 평화로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
더 자주, 더 많이, 더 오래 이런 시간을 느끼며 살고 싶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코로나도 비치로 향했다.
햇살을 받으며 걸어가는 그 길에 허리를 90도로 꺾은 신기한 나무를 만나 사진도 찍고, 예쁜 부띠끄 상점을 지나며 윈도쇼핑도 하고, 아름답게 가꿔진 어느 집의 정원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 곳은 참 깨끗하다. 반짝이는 길가가 참 이쁘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무서운 느낌을 받는 곳들이 있는데, 이곳은 안전한 느낌이 든다.
저 멀리 물 위에 반사된 반짝이는 햇살이 보인다. 바다다!
모래사장에 첫발을 디디고 바다를 바라보자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모래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상에... 얼마나 넓은 거야?
바다까지 가려면 한참은 걸릴 것 같다.
앞으로도 옆으로도 한없이 길게 뻗어있는 초대형 사이즈의 비치.
너무나 아름답다.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을 한참을 걸어 드디어 바다에 발을 담갔다.
매일 보던 괌의 잔잔한 바다와는 다른 거친 파도가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신나서 물에 뛰어들어 파도를 타며 놀았다.
혹시라도 거센 파도에 떠내려 가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엄마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이미 머리까지 바닷물에 퐁당 젖어버렸다.
한없이 펼쳐진 넓은 바닷가. 그 위를 나는 하얀 새. 그리고 저마다 환한 웃음을 가득 안고 그 바다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마치 사진 속 풍경 같았다.
한참을 물속에서 놀던 아이들은 아빠와 같이 모래 위에서 축구공을 차기 시작했다.
모래 위에 두 팔을 베고 누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선글라스를 낀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살랑이는 바람에 머리칼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르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행복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래 위에 누워 지난 한 달간의 여행을 떠올려보니, 한여름밤의 꿈처럼 너무 빠르게 지나버린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그날 밤, 호텔로 돌아와 우린 또 수영을 했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까만 밤하늘과 포근한 밤바람을 맞으며,
흘러가고있는 마지막밤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너무 행복한데, 너무 행복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난다.
행복해서 흐르는 눈물-
수영장속에 얼굴을 담그고 누가 볼새라 눈물을 씻어냈다.
피곤했던 아이들을 재운 뒤, 나는 혼자 냉장고에 남아있던 맥주한캔을 마시며 밤을 새워 짐을 쌌다.
새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까르르- 웃는 애들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모든 게 완벽했던 우리의 첫 서부여행.
많이 준비하고 기다렸던 만큼, 우리에게 많은 기쁨과 추억을 안겨준 여행.
이제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새벽부터 일어나 9시 비행기를 위해 공항으로 왔다.
이제 다시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 도쿄- 괌의 긴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매일 아침 오늘은 뭘 하며 놀까 구상하는 일은 끝났고, 우린 현실로 돌아가 매일 일을 하고, 학교를 가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 일상이 두렵지 않은 건 언젠가 다시 떠날 여행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짧고도 길었던 우리의 한달이,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떠올 릴 수 있는 따뜻한 추억이 되길.
그리고 그 추억을 비타민 삼아, 조금은 지치고 힘들 때 힘내서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길.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안에서 마치 한편의 꿈을 꾼것 같은 나의 여행을 돌이켜보며,
나는 이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있었다.
모든 시간이 완벽히 아름다웠어!
2016년 여름 여행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