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랑스러운 바다생물을 만날 수 있는, 씨월드 샌디에이고

바다 동물과 어트랙션의 조화

by 별빛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던 씨월드 가는 날.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얼려놓은 물을 잔뜩 챙겨 호텔을 나섰다.

씨월드는 바다를 주제로 한 테마 파크로, 다양한 바다생물을 만나고, 놀이기구도 탈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인기 있는 관광 명소이다.

우리는 제일 먼저 쇼타임부터 확인했다.

가장 인기 있는 샤무쇼를 시작으로, 돌고래쇼와 바다사자의 쇼타임을 확인해 스케줄을 짰다.

캘리포니아 어드벤처에서 쇼타임 확인 안 한고 놀다가 다 놓쳐버렸던 기억이 있어,

오늘은 일단 쇼부터 다 끝내고 돌아다닐 작정이었다.



쇼 시작 3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쇼장에 들어서자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에 넋을 놓았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바다 동물의 쇼장이랑은 규모가 틀렸다. 신기하게도 그 넓은 곳이 시작시간이 가까워지자 맨 위의 좌석까지 꽉 꽉 들어찼다.

한낮의 쇼장은 따가운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모조리 태워버릴 듯 쏘아대고 있었는데, 쇼 장위를 가리는 그늘막은 따로 없었다.

챙이 큰 모자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미 쇼가 시작되기도 전에 등줄기를 따라 주르륵 땀이 흘러내린다. 직원들이 물이나 아이스크림, 과일 등을 팔며 돌아다니는데, 우리도 기다리는 시간 동안 과일을 사 먹으며 더위를 달랬다.




킬러웨일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은 사랑스런 모습의 샤무





어마어마한 크기의 킬러 웨일, 샤무쇼. 저렇게 커다란 동물을 사람이 길들이고, 쇼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그 큰 꼬리를 휘둘러, 사람들에게 물세례를 맞히고,

커다란 몸을 물밖로 높이 날려 점프를 하고,

조련사를 등위에 태우고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바다사자나 돌고래쇼는 한국에서도 종종 보았던 터라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모두 정신을 쏙 빼놓을 만큼 재미있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는 바다사자를 보며,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언제 봐도 흥미진진한 돌고래쇼



쇼 관람을 모두 마친 우리는 비로소 씨월드의 동물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곳곳에 동물 먹이주기 체험이 있는데, 바다사자 먹이 주는 곳에서 대체 얼마를 썼는지 모르겠다.

멸치 같은 작은 생선을 트레이에 몇 마리 담아주면 먹이 구멍을 통해 넣어주거나

바다사자의 입을 향해 잘 던져주면 된다.

요 바다사자 녀석들이 던져주는 생선을 어찌나 입으로 잘 받아먹던지,

그 재미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엄마 하나만 더 ~'를 외치는 아이들 덕에 먹이값이 꽤나 나갔다.


벨루가와 대화 중




우린 해가 지고 별이 뜰 때까지 씨월드에서 놀았다.

놀이기구를 타고, 가오리에게 먹이를 주고, 닥터피시를 만지며 하루를 보냈다.

해가 지고 시원해진 날씨에 서늘함이 느껴져 두꺼운 후드티를 기념품으로 장만해 아이들에게 입혔다.

아이들은 그동안 갔던 테마파크 중에 씨월드가 제일 좋다고 했다. 엄마도 그래!

한낮의 쇼장에서 빨갛게 익어버린 어깨와 다리가 화끈거린다.

오늘도 수영장에서 밤수영을 할 생각을 하니, 배시시 미소가 지어진다.








다음날, 특별한 계획이 없던 우리는 발보아 파크로 향했다.

그동안 타이트하게 짜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내왔는데,

여행 막바지에 다다르니 여유가 생긴다.

발보아 파크는 1835년에 지정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라고 한다. 그 안에는 우리가 갔던 샌디에이고 동물원 말고도, 박물관, 미술관, 과학센터, 정원등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하루에 한두 군데씩 돌아보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사는 곳에도 이런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운 맘이 든다.




여행의 마지막 날까지 한결같이 구름 한 점 없이 쨍하니 맑았던 캘리의 하늘




주차할 공간을 찾아 한참을 돌던 우리는, 빈자리가 많았던 항공 우주 박물관 앞에 주차를 하고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샌디에이고 주민들이 무료입장하는 날이라,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항공 우주 박물관답게 주로 비행기에 관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오래된 비행기와 승무원들의 유니폼, 기내식의 변천사 같은 것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몇 가지 유료 시뮬레이션 라이드를 타고, 예쁜 비행기들 앞에서 사진을 찍고, 기념품 상점에서 한 가지씩 기념품을 사들고 나왔다.




항공 우주 박물관에서




이제 이 여행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한 달간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함께하며 수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요세미티에서의 나의 마흔 살 생일파티, 쏟아지는 별빛을 가로등 삼아 앤털롭캐년을 향해 달려가던 밤의 사막길, 게티센터에서의 아름다운 선셋, 냄새나던 할리우드 스트릿을 걸으며 한없이 불평을 해대던 날까지 모두가 추억이라는 아름다운 상자 속에 꼭꼭 들어차 있다.

샌프란 공항에 여행의 첫발을 내딛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끝나가는 여행이 아쉬워 잠이 오질 않는다.


여행의 마지막 날, 내일은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

그동안 아껴두었던 곳,

코로나도 아일랜드를 가야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샤무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