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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피스모 비치에서 바다위를 걷다.

요세미티를 가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해안도시

by 별빛

산타바바라를 떠나 서부 1번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피스모 비치.

늘 과속하며 달려대는 차들에 잔뜩 긴장해야 하는 프리웨이가 아닌, 일반 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도 여유롭게 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곳에 선 언제든 차를 세워 멈출 수 있다.

어쩌면 만나지 못했을 시골 작은 동네들도 모두 내 눈에 담아 갈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제 피스모 비치까지만 이 해안도로를 따라가고, 그 뒤엔 요세미티를 향해 내륙으로 방향을 틀 예정이다.

그전까지 이 아름다운 해안도로의 풍경을 많이 담아두고 싶었다.



두 시간 여를 달렸을 무렵, 해안 언덕 너머로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앞뒤로 캠핑카들도 많이 보이고, 골목에는 수영복 차림의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서핑보드를 매달고 지나는 차들도 많다.

7월 휴가철을 맞은 피스모 비치는,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왠지 빈티지한 모습이 나의 젊은 시절 해수욕장이 오버랩된다.

우린 주차할 곳을 찾아 한참을 헤맨 끝에 간신히 공영주차장의 빈 곳을 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

주차 기계에 가 시간을 넉넉히 찍어 계산해 두고, 사람들을 따라 비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피스모 비치는 세계 조개의 수도 (Clam Capital of the World)로 불릴 정도로 조개가 유명한 곳으로 매년 조개를 테마로 한 조개 페스티벌이 성대하게 개최되는 곳이기도 하다.

'피스모'는 조개의 한 종류로 특히 피스모 조개가 많았던 이곳이 피스모 비치로 불리게 되었는데, 썰물 때는 세계에서 제일 길다는 23마일의 해변 모래사장을 자랑하는 곳이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바다를 가로지르는 긴 나무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피스모 비치 피어이다.

1928년에 세워진 이 곳은 366미터 길이로, 뽀얗게 드리운 물안개 덕에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싸늘한 바닷바람이 매섭게 불어대는 안개 자욱한 그 낯선 풍경에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기 시작했다.

늘 보던 에메랄드빛 잔잔한 괌 바다와는 사뭇 다르다.

너무 멋있어!


피어의 끝을 향해 파도 위를 걷기 시작했다. 중간쯤 다다라 육지를 바라보니, 낮게 깔린 안개에 가려진 아득한 산과 마을이 보인다.

비릿한 바다내음을 가슴 깊이 들이마시다, 차가운 공기에 오싹해진 한기를 느껴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몄다.



바다를 가로질러 쭉 뻗어있는 피어의 끝까지 걸어갔다.




한없이 펼쳐진 넓고 고운 모래사장에는 비치타월 위에 누워 바다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흰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위엔 서핑보드를 멋지게 타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중간중간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도 있었는데, 옆을 지나며 슬쩍 양동이를 들여다보니 제법 많은 생선이 들어있었다.

저마다 자유롭게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즐기는 사람들...

우린 피어의 끝까지 도착했다. 그곳에서 내다보는 검푸른 태평양은 가슴속이 뻥 뚫리고도 남을 만큼 시원한 모습이었다. 망망대해의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

하늘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끝도 없이 펼쳐진 그 풍광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우린 그곳에서 한참을 앉아있었다.

철썩이는 파도 위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그냥 바다를 보고만 있었도 좋았던 시간-

구름에 가려 흐릿한 하늘을 가르며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고,

낮게 깔린 짙은 물안개가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바닷가엔 옷깃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저마다 혼자만의 생각에 잠겼던 망중한의 시간.





여행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다.




우린 다시 걸어온 길을 따라 육지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북적이던 옥수수 가판대에서 우리도 줄을 서 구운 옥수수를 샀다.

아저씨는 쉴 새 없이 옥수수 껍질을 벗겨 둥근 통에 넣어 구워대고, 아줌마는 능숙한 솜씨로 잘 구워진 옥수수의 알들을 전용 칼로 한 번에 긁어내어 그릇에 담아준다.

고소한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한 수저 얼른 입에 털어 넣으니, 치즈가루와 버터의 풍미가 구운 옥수수와 아주 잘 어울린다.




구운 옥수수를 사먹은 곳.



우린 옥수수를 먹으며 주차해 놓은 차로 돌아와,

다시 우리의 목적지를 향해 달릴 준비를 한다.

오늘 밤은 요세미티를 가는 중간지점인 프레스노에서 지낼 예정이다.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이제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멋진 경치를 보며 달리던 해안도로를 벗어나 내륙을 관통하며 프레스노를 향해 달렸다.

우리 옆엔 바다 대신 끝도 없는 옥수수밭과 포도밭이 이어지고 있었다.

약 3시간의 운전 끝에, 드디어 도착.



프레스노는 처음 오는 도시이다.

이곳은 요세미티까지 한 번에 가기엔 너무 멀어 하루 자고 가기 위해 들린 곳이다.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러 라운지로 내려가니 바로 앞에 수영장이 보인다.

일정 대로라면 아침 먹고 일찍 출발하기로 했었지만, 우린 수영장에서 몇 시간 놀고 가기로 맘을 바꿨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나오자, 라스베이거스의 건조한 사막기후가 생각난다.

40도는 거뜬히 넘는 뜨거움에 공기는 사막처럼 건조하다.

잠깐 햇빛에 있어도 쪼그라들어 버릴 것 같은 날씨에 우린 금방 나가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 요세미티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 만나는 요세미티

이번엔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지,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모두를 태워버릴 듯 무섭게 내리쬐던 프레스노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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