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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오믈렛을 만난 곳, 솔뱅

미국 속의 작은 덴마크 마을

by 별빛

나의 인생 오믈렛을 만난 곳.

바로 솔뱅이다.

한번 먹고 그 맛과 분위기에 반해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번 더 들렸던, 나의 최애 도시중 한 곳이다.


솔뱅은 산타바바라 카운티에 있는 작은 도시로, 지명은 '햇볕이 잘 드는 땅 (sunny field)'이라는 뜻의 덴마크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1911년 미국 중서부 지역에 거주하던 덴마크 이민자들이 집단으로 이주해 세운 마을로,

하얀 벽과 나무 지붕으로 된 덴마크 양식의 주택과 풍차가 북유럽적 풍광을 이루며, 덴마크보다 더 덴마크답다는 평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머물던 산타바바라 중심가에서 차로 30분 정도 산길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솔뱅을 향해 산길을 오르다 만난 전망대



구글맵이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알림과 동시에 내 눈앞에 펼쳐진 풍광은, 내가 미국 여행 중임을 의심케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리는 빨간 날개를 단 풍차, 아기자기한 상점과 건물들, 순간 유럽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자동적으로 카메라를 켜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핑크 간판과 하얀 테라스 체어로 유혹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알록달록 화려함으로 시선을 끄는 예쁜 꽃집, 하나같이 맘에 들어 뭘 골라야 할지 고민스럽던 아기자기함 가득한 기념품 가게...


우린 식사를 하기 위해 눈에 뜨인 브런치 카페로 들어갔다.

녹색 담쟁이 덩굴이 덮인 하얀 간판이 반짝이는 햇살에 빛나는게 너무 예뻐 한참을 감탄하고 쳐다보던 곳이다.

따가운 캘리의 햇살에 다들 선글라스를 쓴 채 테라스에 앉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모습 같다.

우리도 테라스에 앉아 음식을 시켰다.




인생 오믈렛을 만난 곳




새우살과 랍스터 살이 가득 들어찬 시푸드 오믈렛. 치즈와 아보카도가 더해져 그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오믈렛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다니... 계란을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그 맛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바삭하게 구워진 토스트를 집어 들어 이미 실온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 버터를 발라 한입 베어 물었다.

고소함과 바삭함이 아사삭 소리를 내며 스며든다. 커피를 부르는 맛이다.

햇살은 따갑지만, 그늘에 앉으면 바람이 차갑다. 여름이지만 뜨거운 커피가 딱 어울릴만한 날씨다.

커다란 머그잔 가득 담긴 커피를 마시며, 아름다운 동화 속 도시를 둘러봤다.

반짝이는 햇살이 부서지는 초록빛 나뭇잎이 싱그러워 보인다.

이 집, 음식만큼이나 분위기도 맛집이다.




맛있었던 항아리잔에 담긴 커피와 씨푸드 오믈렛. 그리고 에그 베네딕트와 와플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도시를 둘러보기로 했다.

차를 주차장에 남겨 둔 채, 우린 걷기를 선택했다.

마침 일요일이라 거리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살랑살랑 불어주는 바람이, 걷기 딱 좋은 날씨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오늘따라 유독 더 아름답기만 하다.


우린 한참을 걷다 가장 예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젤라토를 먹었다.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덴마크 빵집에선 며칠간 먹을 달달한 빵과 쿠키도 잔뜩 샀다.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기념품 가게에서는 귀여운 바이킹 모양의 자석 오프너를 사고, 안데르센 동상과 인어공주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었다.

멀리서부터 보이던 빨간 풍차의 앞까지 걷고 또 걸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동화 같은 곳




근처에 살면, 주말마다 나와 브런치를 즐기고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다.

일상의 분주함은 잠시 놓아두고, 느긋한 주말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거리를 산책하고, 젤라토를 먹으며 한 주간의 일들을 얘기 나눌 수 있는 곳.

별 기대 없이 브런치를 먹기 위해 들렀던 이 곳이, 내 가슴속에 콕! 박혀버렸다.



캘리포니아에 올 때마다 꼭 들리고 싶은 곳.

나에게 솔뱅은 그런 곳이다.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과 빨간 풍차가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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