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 70년생이 운다 - 80년생이 피한다
80년대 이념의 충돌을 지나,
90년대 경제적 계층 간의 충돌을 지나,
2000년대 들어 조금씩 세대 간 충돌이 뚜렷해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2010년대 들어서는 젠더 간 충돌도 더해졌다.
대선, 총선, 세월호, 박근혜 탄핵, 태극기 부대, 미투 운동. 각각의 굵직한 사회적 사건들마다 집합 장소에서 온라인에서 생각이 충돌하는 집단들은 젊은 세대 vs 노인 세대,. 남자 vs 여자로 나뉘어 서로 잡아먹을 듯 다툰다.
이렇게 세대 간, 젠더 간 다툼이 심해지는 동안 과거에 지탄받는 대상이었던 족벌적 재벌들은 소셜 미디어 스타가 되어 친근감이 배가 되어 팬클럽까지 생기고 정치인들의 행보도 재벌과 다를 바 없는 그것이 되었다.
아무튼, “요즘 애들은 철이 없어 큰일이다”라는 글귀가 고대 동굴 벽화에서부터 발견되었다는 케케묵은 관용구로 대표되듯 신구세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함은 동서고금에서 일반화된 경향일 것이다.
그런데 유독 2020년대 우리나라에서 더욱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은 이유는 왜일까.
X세대 (70년대생)은 어쩌면 가장 운 좋은 세대일 것이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의 혜택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는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경제 성장이 폭발하던 80년대 (은행 금리가 낮은 곳이 20%였다)에 사춘기를 보내며 교복 자율화, 컬러 텔레비전, 영화관, 문화 개방의 혜택으로 컬러풀하고 풍족한 10대를 지나, 90년대에는 해외여행 자율화로 배낭여행, 해외 어학연수를 누린 첫 번째 세대이며 (갭, 아르마니 진, 바나나 리퍼블릭, 이스트팩 가방은 90년대 대학생의 대표적 패션 코드) 대학생=데모라는 첫 번째 공식을 깬, 어쩌면 유사 이래 가장 자유롭고 풍요로운 젊음을 누린 세대일 것이다. 1997년 금융위기 전에는 웬만한 4년제 대학을 나오면 취업은 눈감고도 하는 시기였으니. X세대는 결핍 없이 자라 어느덧 사회의 중심이 된 세대가 아닐까.
Y세대(80년대생)는 어쩌면 가장 위축되어 온 세대일 것이다. 80년대 풍족한 시기에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이었으니 문화적 성장을 스스로 도모하기엔 조금 아쉬웠을 것이고, 한창 감수성 예민하고 미래를 꿈꿔야 하는 10대 사춘기 때 IMF 금융위기로 인해 가족이 풍비박산 나는 경험을 하거나 그런 주변 사람들을 보며 내가 하고 싶은 꿈보다는 현실적인 직업을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교대와 사범대의 인기가 상경계열이나 사회과학계열을 훨씬 앞지른 것이 이 세대부터이며, 지방의 의대가 서울공대보다 들어가기 어렵게 된 세대도 이들부터이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간 2000년대에는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 대출을 갚기 위해 알바와 복학을 반복하며 “스펙”을 쌓아야 하는 전투적인 대학생활을 보냈을 것이다. Y세대는 결핍 속에서 내 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세대가 아닐까.
Z세대 (90년대생)은 X세대의 자녀들로,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부모 밑에서 자기주장을 확고히 하고, 남녀 구분 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학벌보다는 재능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금융위기 이후에 유년기를 보내며, ‘물질적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를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을 것이다. 연예인과 유튜버가 희망 직업 1순위가 된 것이 이 세대부터이며, 그럴듯한 학위보다는 쉽고 빠르게 돈과 유명세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함을 일찌감치 깨달은 세대. 그러면서도 세월호가 본인 세대의 일이기 때문에, 무엇이 사회적으로 옳고 그른 것인지를 확고히 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대. Z세대는 오늘의 결핍과 고난을 견디면 나중에 대가가 주어진다는 고릿적 얘기보다는 확실히 내 손에 주어지는 보상과 눈에 보이는 성공이 중요한 세대가 아닐까.
이렇게 다른 세대들이 한 시대에 부대끼며 살아 간 적이 현대 한국사회에 있었던가.
그리고 이젠 직장에서 X세대 임원 - Y세대 중간관리자 - Z세대 팀원이 함께 일을 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586으로 대변되는 베이비 부머 세대들이 급변하는 digitalized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뒷 세대에 자리를 내어 주었다면, X세대는 “내 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Y세대의 니즈와, “확실한 보상과 눈에 보이는 오늘의 성공”이 중요한 Z세대의 니즈를 읽지 못해 조직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70년 대생들이여, 울지만 말고 후배들의 니즈와 가치관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먼저 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