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구백구십오 년. 여의도 케이비에스 2 에프엠에서의 에피소드
90년대. 내 20대를 차지했던 공일오비, 화이트, 김현철, 빛과 소금, 장필순, 듀스, 아침, 그리고 이승환.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사를 안 보고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이 가수들의 노래들,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언제든 나를 20대로 되돌려 주는 노래들이라 너무 소중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승환 편. 1995년인가 1996년인가. 암튼 작가시절. 당시에는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사무실 주소를 알 길이 드물어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앞으로 선물을 많이 보냈었다. 이승환 골수팬이 생일 선물이라고 꼭 전해 달라며 당시로서는 학생 용돈엔 넘 비쌌던 제임스딘 트레이닝복 셋트를 우리 프로그램 앞으로 보내왔다. 그 팬심을 알기에, 이승환씨가 게스트로 오실 때 드리려고 직가실 귀퉁이 나만 아는 곳에 숨겨 놓았었지. 이승환씨가 게스트로 나오는 날, 그 트레이닝복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아 결국 못 드렸다. 그리고 그 다음주. 대머리 2fm 국장님이 바로 그 트레이닝을 입고 사무실에서 코골며 낮잠 자고 있는 걸 목도함. (인본주의 다 사라짐) 그 뒤로 그 국장님 별명 제임스 딘이었는데, 사정도 모르고 좋아하던 그 대머리 아재가 이승환 노래 들을때마다 오버랩 된다는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