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내 이름을 안 불러줘?
너는 왜 먼저 키스해주지 않아?
너는 왜 먼저 사랑한다고 해주지 않아?
너는 왜 먼저 자고 싶다고 하지 않아?
네가 먼저 하니까.
사랑에 순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네가 이상해.
먼저 하는 게 왜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내 사랑을 네가 본 적이나 있어?
눈에 보이는 걸로 사랑을 확인하려 하지마.
나는 그런 것에 지쳐.
천천히 지긋이 오랫동안 너에게 내 사랑을 알려주고 싶은데
너는 나를 너무 가지고 싶어해.
뭐가 불안해?
난 이미 내 두 손에 수갑을 차고 그 열쇠를 너에게 건넸어.
그 열쇠를 깊숙이 숨겨둬 놓고 왜 불안해해?
나는 한 번도 이 수갑을 풀어달라고 한 적 없어.
불평을 한 적도 없어.
그런데 너는 왜 다시 열쇠를 돌려주는 거야.
이럴 거면 열쇠로 이 수갑을 풀어주고 갔어야지.
두 손이 묶여있는 나는 수갑을 풀지도 못한 채 양손으로 열쇠만 쥐고 있잖아.
네가 풀어주기만을 기다리잖아.
연애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어떻게 해야 내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다른 커플들은 사랑 확인을 어떤 식으로 하고 있을까 항상 궁금했어. 수능도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데 나에겐 사랑확인 받는 날이 왜 이렇게나 자주 돌아오는 건지. 사랑을 보여주는 일이 너무 부담돼. 표현을 안 하면 어떻게 알아? 라는 너의 말에 나는 항상 노력했어.
내 사랑은 감옥이야.
누군가 나를 가두고 나는 갇히고
그들은 갇힌 나를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떠나버려.
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올 때까지 갇혀 있는 거야.
모든 사랑이 이런 건줄 알았어.
한 곳만 바라보면 되는 것 인줄 알았는데
왜 사랑을 눈으로 확인하려들까.
너에게 사랑을 확인시켜 주다보면 나는 나를 잃어가.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어버리게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너에게 맞추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인지.
아니면 그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사랑이 두려워졌어.
사랑은 나를 갉아먹어.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이 걷지만 우린 엄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어.
그걸 인정해줘.
하지만 약속해. 나는 평생 네 옆길만 걸을 거야.
그런데도 너는 왜 불안해해?
나는 내 길을 걸으면서도 항상 너에게 시선을 두고 있어.
네가 채운 수갑을 찬 채로.
이런 나를 나대로 사랑해줄 수는 없을까?
제이,
그런데 너는 왜 날 가두지 않아?
나를 풀어준 채 왜 내 사랑을 갈구하지 않아?
그러니까 난 더욱더 내 사랑을 너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잖아.
나를 가둬줘.
나를 너의 감옥에 가둬줘.
내가 날아갈까봐 불안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