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at Fiction Nov 22. 2018

먼저 하는 게 왜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너는 왜 내 이름을 안 불러줘?
너는 왜 먼저 키스해주지 않아?
너는 왜 먼저 사랑한다고 해주지 않아? 
너는 왜 먼저 자고 싶다고 하지 않아? 



네가 먼저 하니까. 

사랑에 순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네가 이상해. 

먼저 하는 게 왜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내 사랑을 네가 본 적이나 있어?

눈에 보이는 걸로 사랑을 확인하려 하지마. 

나는 그런 것에 지쳐. 

천천히 지긋이 오랫동안 너에게 내 사랑을 알려주고 싶은데 

너는 나를 너무 가지고 싶어해. 


뭐가 불안해?

난 이미 내 두 손에 수갑을 차고 그 열쇠를 너에게 건넸어. 

그 열쇠를 깊숙이 숨겨둬 놓고 왜 불안해해?


나는 한 번도 이 수갑을 풀어달라고 한 적 없어. 

불평을 한 적도 없어. 


그런데 너는 왜 다시 열쇠를 돌려주는 거야. 

이럴 거면 열쇠로 이 수갑을 풀어주고 갔어야지. 

두 손이 묶여있는 나는 수갑을 풀지도 못한 채 양손으로 열쇠만 쥐고 있잖아. 

네가 풀어주기만을 기다리잖아. 


연애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어떻게 해야 내 사랑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다른 커플들은 사랑 확인을 어떤 식으로 하고 있을까 항상 궁금했어. 수능도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데 나에겐 사랑확인 받는 날이 왜 이렇게나 자주 돌아오는 건지. 사랑을 보여주는 일이 너무 부담돼. 표현을 안 하면 어떻게 알아? 라는 너의 말에 나는 항상 노력했어. 


내 사랑은 감옥이야. 

누군가 나를 가두고 나는 갇히고 

그들은 갇힌 나를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떠나버려. 

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올 때까지 갇혀 있는 거야. 

모든 사랑이 이런 건줄 알았어. 


한 곳만 바라보면 되는 것 인줄 알았는데

왜 사랑을 눈으로 확인하려들까. 


너에게 사랑을 확인시켜 주다보면 나는 나를 잃어가.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어버리게되.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너에게 맞추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인지. 

아니면 그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사랑이 두려워졌어. 

사랑은 나를 갉아먹어.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이 걷지만 우린 엄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어. 

그걸 인정해줘. 

하지만 약속해. 나는 평생 네 옆길만 걸을 거야. 

그런데도 너는 왜 불안해해? 

나는 내 길을 걸으면서도 항상 너에게 시선을 두고 있어. 

네가 채운 수갑을 찬 채로. 

이런 나를 나대로 사랑해줄 수는 없을까? 






제이, 

그런데 너는 왜 날 가두지 않아?

나를 풀어준 채 왜 내 사랑을 갈구하지 않아?

그러니까 난 더욱더 내 사랑을 너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잖아. 

나를 가둬줘. 

나를 너의 감옥에 가둬줘. 

내가 날아갈까봐 불안하지 않아?





매거진의 이전글 첫사랑은 오래 머물지 못하는 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