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 만큼이 우리 관계
이별의 느낌
털어넣기도 힘들 만큼 다 부서진 쿠키가 딱 우리의 마지막.
있는지도 몰랐는데 여전히 가방에 들어있는 부서진 쿠키가 내가 너를 끊지 못하는 이유와 같고.
손가락에 남은 과자부스러기 같은 미련.
없애버리려고 빨아먹으니 입안에 맴도는 그 쿠키 맛이 흐릿해진 너와 나의 관계.
바삭하던 과자를 가방에 넣고 다니다 보면 어느새 부스러기만 남아있을 때가 있다. 온전한 조각을 찾고자 봉지 안을 뒤적이다 보면 온전한 조각은 몇 조각 되지 않고 밑바닥은 온통 부스러기로 가득하다. 부스러기라도 모으려 엄지와 검지에 힘을 모아 들어올리지만 손톱 만큼도 집히지 않을 때, 딱 이 만큼이 우리 관계라고 생각됐다.
단단하던 우리 관계는 누군가 배고플 때 요기를 위해 넣었으나 가방에 있는지 조차 까먹은 채 들고 다니는 과자 봉지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소홀해 졌다. 아주 사소한 치임에 부서지고 무거운 한 마디에 내려쳐져 으깨졌다. 부스러기 같은 우리 관계는 더 이상 손에 집히지도 않았다. 간신히 이 관계를 붙잡고자 손을 내밀었으나 내 손에 잡히는 것은 모래입자보다도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진 손톱만큼도 안되는 양의 부스러기였다.
엄지와 검지로 간신히 쥐고 있던 부스러기를 입에 털어넣었지만 요기거리도 되지 않는다. 배를 채워줄 것 같던 과자 봉지가 허탈할 만큼의 실망감을 안겨줬다. 손가락에 묻은 침으로 인해 여전히 몇 알갱이가 엄지와 검지에 미련처럼 남아있다. 허기진 것을 참지 못하던 예전이라면 이것들마저 빨아 먹었을 텐데. 더럽게만 느껴졌다.
결국 손가락을 털어내고 근처 화장실을 찾아 들어가 손을 깨끗하게 헹궈냈다. 그렇게 우리 관계는 완벽하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