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 #업 #직업 #태도 #생각
내가 외식업의 길을 내 적성이라고 깨달은 순간은 필리핀에서 1년반을 지내고 난 후 부터이다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내 적성을 미친듯이 찾고 있던 그 시절,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한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끊임없는 좌절감에 봉착하며 나는 결국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의 완벽한 합집합을 찾았다
'외식업'
그렇게 만23살에 시작해서 33살의 지금까지 나는 음식을 통해 치유을 받고, 음식을 통해 상대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음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음식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용서하고, 음식을 통해 해외에서 향수병을 이기며 살 수 있었다
그러기에 나는 한끼 한끼가 굉장히 소중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먹을지가 매일매일 끝내야 할 숙제이자 업무랄까? 인생에서 해야 할 마무리 같다랄까?
그래서 음식을 단지 '돈'으로만 보는 사람과 말을 섞는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저 음식을 통해 얼마나 버는지 얼마나 잘되는지 얼마나 유행인지 혹은 유명한지 이야기 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못한다
나에게 음식은 그저 입으로 씹어서 몸 안에 집어 넣는 그 이상의 희열이고, 치유이고, 사랑이고, 인생의 존재 이유같은 것이다
(엄청 거창해 말하지만 진짜다ㅋㅋㅋ)
그래서 한끼라도 제대로 못 먹거나 맛이 없거나 딱 봐도 정성이나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 주문한 음식이 제공되면 정말 화 마저 난다
음식은 사람의 손을 통해서 고객에게 제공된다
사람의 손은 정말 예민해서 모든 감정이 손끝에서 전달된다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음식을 만들면 그 음식을 먹는 고객도 고스란히 그 감정을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과학적인 증거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경험한다)
또한 주방에서 음식이 만들어 져서 그 음식을 서빙하는 직원들에게도 항상 체크하고 교육하던 것이 '손끝' 이었다
주방에서 쉐프가 아무리 사랑스럽게 음식을 만들어도 서빙하는 직원의 마음이 올바르지 못하면 분명 쉐프가 만들어낸 음식의 진정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변질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나에게 음식은 그저 돈을 주고 가져오는 물물교환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이고 사랑이고 치유이고 감사다
어떤분은 이 글을 보며 뭐 이리 거창해?
생각이 왜이리 많아?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 방법이 맞다 틀리다 할 수 는 없지만 나는 내 적성과 업을 이렇게 찾고 발전시켜 왔다
항상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고 다시 생각하며 내가 무엇에 반응하고 무엇에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지 치열하게 파헤지며 쏟아져 나오는 많은 생각들을 매일 정리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적성이라 확신이 생겼을 그 당시부터 끊임없이 내 생각과 관점의 날이 무뎌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려 노력 했으며, 나의 생각을 날카롭게 갈아야 했다
아무리 좋아하고 잘하는 일도 매일 그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즐겁기만 하지 않고 항상 신나지 않으며 안올거 같던 '월요병'마저 쏜살같이 찾아오고, 다이어트 하면서 마주하는 정체기 처럼 어느 한순간 퍼포먼스는 안나오고 나만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처럼 느껴질 때가 분명 찾아온다
(사실 지금도 겪고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계속 겪을 것 같다)
그렇게 힘듦에도 내가 왜 일을 하고 싶고, 왜 해야하는지, 업의 의미 그리고 일을 하면 만들어 지는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솔직히 오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점심을 먹으려고 집 근처에 생긴 쌀국수 집에 왔다가 언제 올려 놓은지도 모르겠는 다 말라 비틀어진 단무지와 고수, 접시에서 떨어지려고도 안하는 태국 고추 양념을 보면서 '내가 하는 일' '업' 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며 쌀국수를 앞에 두고 미친듯이 글을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