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82

누가 나에게 접시나 닦으라고 했다. 그래서 닦아보았다.

by SUN KIM

오늘은 장장 8시간이나 접시를 닦았다. 발에는 벌써 물집이 잡혔다. 무릎은 쑤시고 발목은 우직하게 아프다고 소리쳤다.


‘접시나 닦으라니..’

내가 들어 본 말 중에 가장 최악이었다. 그 말을 들어서인지 오기까지 생겼다. 나쁜 버릇이 나온 것이다. 나를 혹사시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 그래서 정말 닦아봤다.


해보니 가장 힘든 일은 육체적인 게 아니다. 육체가 힘들면 마음도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마음이 힘들면 육체뿐만 아니라 세상을 보는 바르게 시각을 포함한 모든 활동이 힘들어진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도대체 내가 뭘 한거지..?’ 노동이란 돈과 시간을 바꾸는 일이다. 그런데 돈은 꿈과 기회를 위해서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다보면 꿈을 이룰 시간이 없어진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노동의 대가는 있지만 내 무의식은 기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 숨이 나왔다. 어쩌면 제일 무서운 건 꿈과 목적을 잃는 거라고. 아니 지쳐서 잊어가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접시를 닦는 일은 신성한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요식업을 하는 게 꿈이라면 접시를 닦는 일은 너무나 기본이면서 중요한 일이다.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접시나’라는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손이 느리고 힘이 부족한 나에겐 너무나 어러운 일인 것이다.


내 마음이 씁쓸했던 건 내가 가진 장점을 하나도 반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떠한 과정에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답답함이 내 무의식을 건드렸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접시를 잘 닦으면 세계 어디서나 살아남기는 하겠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참 재밌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2019년 05월 17일 금요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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