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Day 92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덫

by SUN KIM

누구나 잘못을 하기도 하고 잘못된 일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죄인이고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상황마다 미움의 상자에 들어가기도 죄책감의 상자에 들어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미움의 상자 속에서도 죄책감의 덫에 걸린다.

‘그 때 내가 왜 그랬을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덜 괴로웠을까’

‘나는 왜 용서가 안될까’

남을 미워하는 서늘한 날끝이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결국은 가해자일 때도 피해자일 때도 우리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이다.

죄책감에 걸린 마음은 쉬이 빠지지가 않는다. 마음을 찢어내어도 덫은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덫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덫을 없애는 것이다.

단단한 죄책감의 덫을 삭혀 없애든 처음으로 돌아가 덫의 존재를 없애든 덫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현재의 자신이 덫의 존재를 느끼고 의식적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아니면 과거를 철저히 복기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해야한다. 그러려면 용서라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용서하고 타인을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유일하게 덫을 없애는 방법이다. 피해자로서 타인을 용서하고 가해자로서 자신을 용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죄책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일수록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라고 용기를 내야하는 이유는 죄책감이 우리의 자존감을 도둑질하기 때문이다.

죄책감의 덫에 걸린 상태에서는 그 어떤 좋고 아름다운 것도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을 거라는 굳은 믿음이 생긴다. 자신이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건 어느 정도 망가져 있고 깨끗하지 않아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확신마저 있을 수 있다.

‘저렇게 좋은 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저렇게 좋은 일이 나한테 생길리가 없잖아’

‘저렇게 좋은 사람이 날 좋아할 리가 없잖아’

우리의 약한 마음은 죄책감에 취약하다. 그래서 더욱 그 덫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그 쉽지 않은 일이 우리의 마음을 자유케 할 수 있다.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덫을 끌어안고 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타인을 용서하고 축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게 하나님이 나에게 가르쳐주신 해법이다. 어떤 상자에도 갇히지 않고 앞으로 위로 나아가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어려워도 용서해야 한다고. 모두가 죄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복수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나님이 나 대신 싸워주실 거라는 믿음을 잃지 말라고.

나는 그렇게 배웠다. 어럽지만 배운대로 다시 해보려고 한다. 진정으로 나를, 타인을 용서해보려 한다.


2019년 07월 5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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