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일기: 기도
오늘은 주일이다. 교회 예배를 가는 날이다. 요즘 부쩍 나의 기도 시간이 길어졌다. 좋기도 나쁘기도 한 현상이지만, 좋은 현상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불교 집안인 우리집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일 거다. 다행히 개인주의가 팽배한 집안 분위기라 종교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대신 권하거나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전도가 어렵다는 얘기다.
유학 시절, 교회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종교가 생겼다. 되돌아 보면 힘들던 유학 시절을 버티게 해준 것도 모두 기도였다. 기도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나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근래에 가장 자주 떠오르는 말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다. 특히 오늘은 구체적으로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미리 기뻐하고 감사해라'는 말이 떠올랐다.
꿈을 잘 꾸지 않는 내가 그제 밤에 나쁜 꿈을 꾸고는 내심 불안에 떨고 있었나 보다. 요즘처럼 불안 지수가 높은 적이 없었기에, 이 말은 나에게 그 순간 큰 위로가 되었다. 오늘은 왠지 남에게 듣고 싶던 그 말을 나 자신에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자신을 위로하는 것에 익숙치 않던 나로서 작지만 큰 변화다.
이제는 자주 나에게 위로도, 공감도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도 위안이 되지 않을 때 나 자신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어야 겠다. 평생 나를 관찰하고, 위로해주고, 감싸주고, 변호해줄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역시 기도는 좋다.
아참. 일기를 쓰는 김에 감사일기와 선택일기를 추가하기로 했다.
감사일기
1. 맛있는 라볶이와 김밥을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기도에서 평안을 찾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좋은 책을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 잠시나마 존재하고 있음에 감사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 수영할 수 있는 장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택일지 + 느낌과 평가
1. 수영을 하기로 결정 -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을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것. 결과적으로 좋았다.
2. 수영을 한 뒤, 오랜만에 분식을 먹기로 결정 - 오랜만에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3. 불안한 생각을 멈추기로 결정 -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기도 중에 들었던 생각을 되뇌이고 있다.
2019년 03월 31일 일요일 서울